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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서부의 생일잔치...연암산.

2009.  6.  21일 일요일

서부산악회 회원들과

 

저녁까지도 비바람이 그치지 않아 산행이 걱정이 되었으나 아침이 오면 개어있으리라 믿어보기로 했다.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날씨는 말끔히 개었다.

고북 덕산고개까지 대절한 좌석버스로 이동.

친구와 둘이 오성주유소앞에서 탔는데...카드를 대란다.  ㅎㅎ 차비는 내야지.

엉덩이를 카드리더기에 대고는 자리에 가 앉았다.

오랫만에 만나는 얼굴들에 웃음이 가득한걸 보니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산행들머리인 덕산고개에 도착

지난해 10월의 어느날

경찰산악회 번개로 해미읍성에서부터 시작하여 일락산, 석문봉, 가야봉, 한티고개를 거쳐 덕산고개로 내려서서

연암산으로 이어지는 9시간이 넘는 산행을 하던 날

친구인 덩순이와 나는 이 곳 덕산고개에서 7시간이 조금 넘는 산행을 마무리했었다.

시작도 함께 했으니 끝내는 것도 함께 해 보자는 권유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후일담을 들으니 우리 둘이 따라왔으면 큰일날뻔했었다고 안 오길 잘했다고들했다.

길을 잘못들어 고생들을 많이 했다고...

그 때 못다한 산길을 오늘 걷게 되는구나

 

들머리 고목나무 아래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출발했다.

축축하고 습한 산길이었지만 푸르름의 기운이 느껴져 기분좋은 산길이었다.

꽃이 시들어가며 향기도 시들어가는 밤나무가 듬성듬성 보였고

노란 꽃송이가 떨어져 푹신한 산길을 만들어주는 굴피나무가 많이 보였다.

 

덥고 습한 날씨에 땀은 비오듯 했지만 그래도 연장이고개까지는 그럭저럭 따라 갈 수 있었다.

얼릉 산행을 끝내고 솔방울님을 좀 도와줘야지...마음은 그랬는데.... 

정말 그랬는데....

연장이고개에서 연암산 오르는 길이 이렇게도 힘이 들 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었다.

예전의 연암산 오름길은 늦가을의 계절때문이었을까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말이다.

친구 먼저 보내고, 보름달님도 앞에 보내고, 뒤따라오던 강산이도 앞서 보내고

한걸음 옮길 때마다 심장이 멎는 듯 숨이 차올랐다.

 

그래도 아직은 꼴찌가 아니다

뒤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어지간하면 앉아서 쉬지를 않는데 돌 위에 주저 앉았다.

저만치 연암산 정상에서 즐거운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모기대님 부부와 서산새님과 겨우 정상에 오르자마자 출발하잔다.

백조언니 왈 여태 뭐하다 이제 오느냐고. ^^*

뭐하긴요? 거북이처럼 쉬지도 않고 걸었구먼요.

 

이제 내리막길이니 그래도 좀 수월하겠지

내림길에 자연인이 스틱하나를 건네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연암산 정상에서 몇걸음 내려오자 바위에 서 있는 세그루의 소나무 뒤로 안개가 덮혀

멋진 배경이 될 것 같은 풍경을 만났다.

셩이를 세워놓고 서산새님께 사진을 부탁드렸다.

이후 여러명이 돌려가며 모델이 되어 사진을 찍었다.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려오는 길목에서 이상한 돌비석을 지나고, 초록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몇번인가 지나고

시간은 열두시가 넘어버렸는데

내려오면서 빨강색 열매만 보면 산딸기타령을 하는 푸른솔님

딱총나무 열매를 보고도 산딸기란다.

 

멀리 저수지가 보이고 폭포소리처럼 차들의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것을 보니 목적지가

멀지 않았나보다.

마지막 힘을 내본다.

산수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서니 저수지 둑에 개망초가 환하게 피어

우리를 반긴다.

산수 저수지 역시 수위가 줄어 뽀얀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개망초와 애기우산나물, 쇠채.....

꽃들이 있어 행복하지만 너무 덥다.

목적지인 산수가든까지 걸어갈 생각에 한숨이 나오는데

막 저수지에 내려서서 모퉁이를 도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다.

번호를 보지도 않고 받았는데 들려오는 꿈꾸는님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태우러 올 수 있느냐고 하자 오겠다고 했다.

덕분에 편안하게 시원하게 목적지에 도착해 산행을 끝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