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7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서산부페 웨딩홀 집결
괜차뉴님, 산호자님, 산 사람님, 모기대님, 맑은바다님, 푸른솔님, 질경이님, 돌멩이 이상 8명
지난 달 삼길포~ 성연 혜성리 구간을 끝내고 오늘 3구간을 하기로 하였지만
마을 포장도로가 많은 2구간은 차로 이동하면서 중요지점만 콕콕 찍기로 하고
3구간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차로 마을길을 돌면서 콕콕 집어주셨지만 , 내 귀에 잠시 머무를 틈도 없이 흘러가 버리고
아래 사진 조기에 두 대의 회수차량을 주차해 두고 산행 들머리인 성봉학교를 향해 출발했다.
성봉학교에서 산행준비를 하며 선생님 한 분을 만났다.
지난번 모 까페회원들이 야생화를 심어주었다는 얘기를 들은것 같은데...차림새를 보더니
그곳에서 왔느냐고 물으신다.
산행을 위해 왔다고 했더니 학교 뒷산의 이름을 물으신다.
오면서 ~저기가~ 자모산~ 이라는 얘기가 생각나서 자모산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곳은 자모산이 아니라 문길산이었다. 그냥 모른다고 할걸....
10시 30분쯤 산행시작
문길산 오름길에 모기대님이 손바닥만큼이나 다란 영지버섯을 발견하였다.
땀만 뻘뻘흘리며 뒤에서 빌빌대는 선배가 안스러워보였던지 내 배낭에 넣어 준다.
영지버섯 끓여먹고 다음 산행에는 한번 펄펄 날아볼까?
영지버섯과 도라지잎, 그리고 죽은 소나무에 관한 맑은바다님의 어록은
함께한 이들만의 즐거움으로 남겨둬야겠다.
30여분만에 힘겹게 문길산을 올랐는데..그 짧은 산행시간 동안에 선두팀은 어느새 보이지가 않는다.
소리를 들으며 외길인듯 싶어 마음놓고 내려서는데 오른쪽으로 개망초밭이 트인듯 환하게 보였다.
내려서니 자그마한 암자가 있었다.
절 이름이라도 알아두려고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지만 대웅전이라 쓰인 현판 이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암자를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마을길로 내려서는데
이런....길을 잘못 들었단다.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데.
더위에 땀은 비오듯 하는데....다리도 아프고....ㅠㅠ
초장부터 맥이 풀리는 느낌..오늘도 고생 꽤나 하겠군.
오던길을 되짚어 오르니 내려오면서 쳐다보고 지나쳤던 그 개망초밭으로 가야 한단다.
개망초 밭을 지나고 만난 산속의 집 한 채
그곳에서 산 사람님이 꽁꽁 얼려 가져오신 수박으로 갈증을 풀고 몇걸음 옮기니
팔봉산의 여덟봉오리가 멀리 보였다.
(육안으로는 선명하게 팔봉산의 여덟봉오리가 보였는데......)
내리막 끝자락에 서 있는 자모산과 문양리 이정표를 지나 건너편을 보니 까마득한 오름길이다.
이 고개를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와 산성리쪽으로 진행해야 한단다.
위를 보지 말고 걸어야지.
앞서 걷는 바다님 발뒷굼치만 쳐다보며 걸었다.
오늘 처음 함께하는 질경이님도 같은 생각이었는지..위를 보지 말아야겠다며 힘겹게 오른다.
일단 한고개 넘어 꼭대기에 올라왔으니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이다.
괜차뉴님께서 이쪽저쪽 살피시더니 여기가 자모산인가보다며 내려가자고 하신다.
시간은 열두시가 다 되어가고 있는데 점심은 정자에 가서 먹는단다.
간단한 간식으로 일단 허기를 달래고 출발
(▲오름길)
마을을 지나고 도로를 건너 은봉산 줄기를 향해 걸으며 뒤돌아보다가
아하!!
한봉우리 더 지나 자모산 정상의 정자가 보였다.
자모산을 찍지 못하고 되돌아온것이었다.
다시 산줄기 숲속으로 접어들었다.
여기부터 간대산까지의 길의 순서는 모르겠다.
생각나는대로 뒤죽박죽 그냥...
넓직하게 잘 다듬어진 숲길.... 길 옆에 서 있는 뽕나무의 오디도 따 먹고
포도를 심어 놓은 어느집 텃밭을 돌아
작은 한우 목장 옆 산딸기를 따려다 모기대님 벌에 쏘일뻔한 밭둑도 지나고 그리고 두룸바위....
그리고 마을을 지났는지....그냥 숲길의 연속이었는지.
어쨌든 소나무 숲이 보기 좋았다.
털중나리 환하게 피어있고, 가끔씩 취나물도 보이는 너른 길이 끝나고 오름길의 시작이다.
날은 덥고, 배는 고프고, 다리도 아프다
산 사람님, 산호자님, 괜차뉴님 세 분의 선두팀은 모습은 커녕 목소리조차 들려오지 않고
나는 물론이려니와 나보다 더 밥심이 필요한듯한 질경이님....
둘이서 주저앉으니 바다님, 모기대님 푸른솔님 또한 멈춰서 과일과 떡으로 주린배를 채웠다.
꿀 같은 휴식 후 다시 출발을 하긴 했는데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꼭대기를 향해 걷는 수 밖에
이십여분을 그렇게 올랐을까
하늘이 조금씩 보이더니 곧 도착한 곳이 간대산이란다.
성왕산 이후의 길 중에 제일 궁금하던 곳이 간대산이었다.
특별한 특징은 없었지만 커다란 바위가 몇개 있고 가야산 쪽으로 훤히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좋은 곳이었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출발하려는데 몽실몽실 뭉게구름이 낮으막하게 걸려있다.
2시가 다되어 가는데...점심은 먹을 생각을 안하시고...애고 앞으로 15분이면 정자에 도착한다고.
열두시 땡하면 밥먹는 사람들에게 두 시가 다 되어가도록 밥도 안 먹이고 진군하는 괜차뉴님..
드디어 정자에 도착해 밥상을 차렸다.
감자는 배낭무게를 줄이려 출발전에 먹어버렸고, 빵 몇 조각은 가짜 자모산 정상에서 비웠고
맛있는 그 무엇을 가져오려는지 김치를 가져오라는 거시기의 말에
배낭속에 남은 것은 달랑 김치 하나 뿐인데....
정작 거시기는 오지를 못했다.
그래도 골고루 준비를 해온 일행들 덕분에 배부르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자에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멀리 가야할 큰산이 까마득히 멀리 보인다.
조금 내려섰다 다시 오르는 길
키를 넘는 잡목에 산딸기등의 가시덩굴, 한숨 돌릴틈도 없이 계속 이어지는 오름길
장구밥나무도 많이 보였고, 열매를 달고 있는 개암나무도 많았다.
나는 어렸을 적 무엇을 하느라 개암도 먹어보지 못했을까?
그 힘든 길을 오르는 푸른솔님은 여름에 지리산 종주를 할 거라며 씩씩하게 오른다.
네시가 다 되어 큰산(구은봉산) 도착했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고 하는데 그것도 한시간은 족히 걸려야 한단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쭉쭉뻗은 소나무들은 정말 잘 생겼다.
그 소나무숲 아래 고즈넉히 자리한 한옥 한 채...유기방가옥
사랑채 마루에 물건들이 널려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사는 듯 한데 인기척은 없었다.
주변에 어성초가 많아 바람이 불 때마다 고약한 냄새가 났는데, 담장 아래에도, 그리고 뜰 안에도
어성초가 많이 피어 있었다.
고택 사진을 몇장 찍고 나오니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하는 수 밖에...
여미리 회관을 지나고, 회관 뒤편 시멘트로 만든 장승이 특이했다.
천하대장군의 턱선이 요즘 유행하는 V라인이어서 지하여장군과 바뀐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것을 만들 당시에는 그것이 유행이었나 싶기도 했다.
또 한채의 아름다운 한옥 유상묵 가옥
산언덕으로 이어진 담장의 둥근선이 아름다웠고 용의 기운처럼 힘이 넘쳐보였다.
뜰안으로 들어가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할아버님께서 나오셨다.
무슨 일로 왔느냐 물으시기에 산에 왔다고 말씀드리니
당신께서도 산을 무척 좋아하셔서 예전에 가야산 석문봉도 여러번 오르셨다고 하신다.
시간여유가 있으면 할아버님과 또 마루밑의 강아지와 얘기나누며 놀다와도 좋을것 같았다.
한옥의 마루도 정겨웠고, 도르래가 아직도 남아있는 우물터도 옛날생각이 나게 했다.
그냥 하나의 풍경을 위해 쌓아둔 듯한 솔껄더미도.....
담장옆으로 몇걸음 오르니 바로 도로와 이어졌고 도로를 따라 이백여미터를 더 가니
회수차량을 주차해 놓은 바로 그곳이었다.
이렇게해서 일곱시간이 넘는 시계종주 2.3구간 산행을 마쳤다.
시계종주의 남은 구간도 해야되나?
공지된 시간에 또 속고 만 나의 어리석음은 아마도 또 다시 그 길로 발걸음을 내딛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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