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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물들고 싶은게 단풍뿐이랴...노인봉~ 소금강계곡

2009. 10. 18일

서부산악회원 43명과 함께

 

처음만나는 산은 호기심과 궁금함에 가슴설레이고

또 다시 만나는 산은 아름다운 추억과의 만남에 또 가슴이 설레인다.

2년전의 11월

구룡폭포에서 발길을 되돌려야 했던 아쉬움과  눈이 쌓인듯 하얗게 보이던 바위

맑은 계곡들이 어제 일인 듯 눈에 선한데

오늘 그곳을 향해 다시 달린다.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

불꺼진 가로등이 얌전히 고개숙여 인사를 하며 우리를 맞는다.

 

 

파란 하늘을 향해 작은 언덕하나를 오르자 벌써 잎새들을 떨구고 겨울느낌이 물씬나는 숲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노인봉을 향한 오름길..나는 처음 오르는 길이지만 다시 와보는 사람들이 ..길이 달라졌단다.

잘 정비된 계단도 몇년전엔 없었다고...

노인봉까지의 오름길은 계단이 끝나고 편안한 능선길을 걸어 어렵지 않은 길이었다.

단풍은 이미 많이 시들고 잎을 떨군 나무들이 많았지만

어떤 모습이든 아름다운 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구름한점 없이 파랗다.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사스레나무 위에 얹힌 하늘은 몇날며칠 하늘만 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싶게 아름다웠다.

잎을 떨구어 하늘을 보여주는 나무들이 엄마의 마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 맛있는 것,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자식생각부터 하는 세상의 엄마들.

나무들도 우리들에게 파란하늘을 더 많이 보여주려고 잎을 떨구고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멀리 시설물이 보이는 산이 황병산이란다.

아드님이 그곳에 있다는 어느 회원님...아마도 바라보는 마음이 남달랐으리라.

 

 

하늘...정말... 하늘....

조지훈님인지 박두진님인지...어느 시인의 시에서처럼

여릿여릿 멀리서 오는 하늘이 아니라

나무 줄기들을 따라 금방이라도 푸른물이 뚝 뚝 떨어질것만 같은...손에 잡힐 듯 가까운 하늘이다.

장터처럼 붐빈다는 노인봉은 접어두고 하산길로 접어들었지만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아마 하늘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한구비를 돌아가니  저 앞에 가을빛 속에 유독 푸르게 빛나는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작은 봉우리가 보였다.

그곳에 올라 잠시 쉬어가면 좋겠다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몇사람이 자리를 점령해버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사진만 찍고..ㅠㅠ

 도라지나 나리꽃처럼 혼자 있을 때 그 청초함이나 화려함이 돋보이는 꽃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꽃들은 여렷이 어우러져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

사람도 사람들과 어우러져 있을 때 더 빛이나고 아름다운것 같다.

 

 

계절이 만들어내는 이 변화의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단풍빛깔도 고우면 고운대로 미우면 미운대로 제 각각 아름답다.

애기 손같이 귀여운 생강나무의 노란 단풍도 이렇게 아름다운 줄 오늘 처음 느꼈다.

먼 산도, 앞의 바위도, 그 옆의 고사목도, 또 사람도.... 너무 아름답다.

 

 

 

겨울을 준비하면서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비워내는 나무들

하나하나 버리며 이렇게 아름다워지는 단풍들 

 

 

가파른 내림길이 힘들었지만 듬성듬성 보이는 단풍의 아름다움과 은은한 산빛에 취해 힘겨움을 잊을 수 있었다.

 

 

 

 

 

 

 

  

드디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봄과 가을의 물소리가 다르다.  가을 물소리가 한결 깊고 그윽하다.

단풍과 물, 바위와 하늘..그리고 햇살

그 어우러짐에 함께 묻혀 물 흐르듯 가볍게 흘러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만물상과 구룡폭포 등 단풍과 어우러진 소금강계곡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앵글 안으로 들어와  바위에 널부러진 내 그림자를 보았다.

물에 흘려보내야겠다 싶어 물가로 데리고 갔는데...뭐가 아쉬운지 날 떠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긴 내리막길에 다리가 천근만근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벼운 산행길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마음껏 여유를 부리지 못하는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사는 서산을 참 좋아하지만 이럴땐 서울쯤에만 살아도 훨씬 느긋한 산행을 즐길 수 있을텐데..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