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0 화요일
바빠서 쓰지 못하고 남은 여름휴가 이틀
11월이 가기전에 써야겠기에 날을 정하고 바다와 산행을 하기로 하였는데 다른 약속이 있는것을 잊었단다.
그녀와의 산행은 다른날로 미루고 이왕 잡은 휴가인지라 친구에게 산행을 청했다.
9시 30분발 덕산행 버스로 원효암으로 향했다.
입구의 밭에 심어진 것의 모양새가 참 이상해보였다.
가가이가보니 잎사귀를 잘라낸 무우였다. 단무지용 무우란다.
원효암 입구의 등산로를 들머리로 잡았으나 멋진 벗나무 단풍에 홀려 절집 마당으로 향했다.
친구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데..이런..벌써 밧데리가 깜박거린다.
충전 좀 해둘걸..
이런 멋진 풍경을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지 않는가
절집 옆으로 오르기 위해 마당을 통과하는데 스님이 나오시더니 길이 없다며 돌아가줄것을 부탁했다.
전에 내려온 기억이 있는지라 길 찾기는 어렵지 않겠으나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스님에 대한 예의로 돌아나와 계곡을 타고 올랐다.
계곡의 돌길을 따라 얼마를 걸어 등산로와 만났다.
며칠전의 비에 쓸렸는지 낙엽들이 뭉쳐 섬처럼 쌓여있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덕숭산의 단풍이 곱다
원효봉까지 1.2km라는 표지판과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좌측으로 접어든 길..아마 최단거리이지 싶긴한데
조망도 그렇고 산길 걷는 재미도 원효암 오른쪽으로 오르는 산길만 못했다.
산소때문에 나 있는 임도인지 그곳에서 보이는 덕숭산의 단풍이 아름다웠다.
낙엽이 쌓여 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길을 그냥 위를 보며 짐작으로 오르니 커다란 바위에 이르렀다.
옆으로 조금 돌아가보니 풍경이 정말 멋진데 낭떠러지인 아래를 쳐다보니 어지러워 더 갈 마음이 없다.
이곳에서도 덕숭산과 수암 용봉산이 멋지게 조망되었다.
사진 몇장을 찍고는 되돌아와 바위 뒷쪽으로 얼마를 오르니
전에 보았던 굴이 있었다.
염소들이 놀던 또 하나의 굴은 어디쯤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이정표에서 직진을 해야 원효굴과 원효샘을 만난다고 했다.
원효봉 바로 아래 바위지대에 도착하니 열두시에서 이십여분이나 지나있었다.
얼마나 널널한 산행을 한 것인지
평평하고 깨끗한 바위에 앉아 조촐하게 싸온 도시락을 꺼냈다.
친구에게 얻어 온 고추절임도 맛있었고, 동행한 친구가 담아온 무우생채도 맛이있었다.
위사진...전망좋은 산소앞에서 보이는 풍경
아래....원효봉아래 바위에서 바라본 금북정맥 아래쪽 능선의 단풍...단풍빛이 제일 예뻤다.
원효봉에 도착하여 널부러진 돌무더기들을 몇개 정리하여 밑단을 쌓았다.
누군가 하나 둘 얹다보면 언젠가는 탑이 되겠지
원효봉 능선 끝의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헬기장에서 내려가는 계곡길이 너무 아름답다.
그 길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그러면 조금 싱겁겠지
헬기장으로 내려서는데 KBS로고가 새겨진 봉고차 두 대가 지나갔다.
막바지 가야산의 가을을 담으러 왔는가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가야봉 오름길을 향해 걷는데 커브길에서 불쑥 나타난 차 한대
두 팔을 날개처럼 파드득거리며 깜짝 놀라서 뒤돌아섰는데..
뒤따라오던 친구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배꼽을 잡고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왜 놀랐냐고 물었더니 내가 놀라는 모습에 놀랐단다. ㅎㅎㅎ
이곳부터 가야봉까지는 즐기는 길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하는 길이다.
오늘따라 패이고 무너져서 위험한 구간도 더 많이 눈에 띄어 걸음이 무척 조심스럽다.
수북한 낙엽때문에 습관처럼 길을 걷는데 길이 무척 낯선 느낌이 든다.
낙엽이 떨어져 숨겼던 속살이 다 보이니 그런모양이다.
얼마를 올랐을까?
가야봉 시설물이 바로 코앞에 있는것이 아닌가
길을 잘못 든 것인가 싶어 곰곰 생각해보지만 제대로 온듯한데..이상하다...
그냥 가야봉으로 치고 올라 뒷쪽으로 돌아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오른쪽으로 길이 보였다.
제대로 든 길이었는데 이렇게 생소할까
시설물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나
가을 가야산에 홀린듯하다.
가야봉 정상은 바람도 거세었고 손도 시릴만큼 날씨가 쌀쌀했다.
계획은 일락사로 내려설 예정이었으나 친구가 상가리로 가고 싶단다.
버스시간도 살피지 않아 걱정스럽긴 했으나 친구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상가리로 내려섰다.
이 길도 처음 걷는 길은 아닐터인데 역시 곳곳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다들 시들고 떨어지고 해서 앙상한 나무들 속에
유난히 눈에 띄는 노랗게 물든 작은 나무가 산속을 환하게 했다.
바로 참회나무라고 했다.
아래쪽에는 붉은 단풍도 조금 남아있었다.
상가리에 도착해 잘익은 고염도 따먹고 떨어진 모과도 몇개 줍고(집에가서 보니 쓸만한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향기는 좋았다)
고염을 따 먹으며 올려다본 산빛이 너무 예쁘다.
저수지 위의 작은 폭포
내 눈으로 보지 못한 물속의 폭포그림자를 카메라가 보여주었다.
저수지 옆의 길도 단풍이 어우러져 호젓하니 운치가 있었다.
상가리 주차장에서부터 걷기 시작해
집에 돌아오는 길은 여러가지로 우여곡절과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차가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니
이런저런 재미있는 일들을 겪기도 한다.
친구와 널널하게 걸은 산길...
무엇에 홀린 듯 계속 생경스러운 느낌이 많았지만 친구가 있어 즐거운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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