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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우연한 만남 상고대를 보다...무등산

2009. 11. 15일

서부산악회원 33명

 

무등산을 떠올릴때마다 입석대 서석대의 멋진 풍경보다도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로 시작되는.."무등을보며"라는 시가 먼저 떠올랐다.

..갈매빛 산등성이....로 표현된 무등산 산능성

시 때문일까  편안하게 다가서는 무등산이었다.

 

억새꽃은이미  졌을테고 가을과 겨울의 어중간한 계절에 선 무등산의 풍경이 조금 아쉽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그야말로 기우였다.

 

예상보다 이른 9시 20분경 들머리에 도착 산행을 시작했다.

구절초를 엮어 말린 허름한 폐가와 우물이 있는 만수마을을 지나 산행이 시작되었다.

노랗게 물든 두 그루의 은행나무 뒤로 보이는 산능선이 아늑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위:  서산새님의 연출사진..우향우를 하라는데 오른쪽이 어디지? ㅎㅎ 덕분에 내려오는 길에 산조아언니의 표적이 되어 한바탕 웃었다

 저렇게 짧고 굵은 다리로 다리모델을 하다니...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사진의 느낌이 무척 마음에 든다.

 

 

가파른 경사없이 완만한 오름길을 한시간여를 올라 도착한 능선 초입에는 아직도 억새꽃이 남아있었다.

오르는 동안에 가벼운 싸락눈이 내렸지만 이때까지만해도 날씨는 괜찮아서 흐리긴 했지만 이쪽저쪽

아름다운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좋은 카메라 앞에서는 사이드는 왜곡이 생겨 중앙에 서야 하는데.... 

 

 

백마능선을 통과하는 동안 거센바람때문에 암릉구간에서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백조언니도 흔들리고 손하나로님도 흔들리고 돌멩이도 흔들리고....아마도 모두가 흔들렸을것이다.

백마의 등에 올라탄듯 짜릇한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은  그 길

날씨는 변화무쌍하여 구름은 변덕스런 내 마음보다도  바쁘게 움직였고

그 구름 틈새로 역시 서둘러 옮겨다니는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산등성은 그 어떤 모습보다도 아름다웠다.

 

 

 

 

암릉구간을 지나 중계탑이 있는 억새평전을 지날때는 볼을 때리는 싸락눈이 너무 아팠다.

입석대를 향해 오르며 바라본 그 억새밭의 능선의 모습이  꼭 말에 안장을 얹어 놓은듯이 부드럽고 멋졌다.

멀리서 부터 바라다보이던 입석대는 그 가까이에 갈 수록 위용과 아름다움이 더했다.

어쩌면 저런 바위가 이런곳에 생겼을까?

무더기로 쓰러져 누워있는 바위지대에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즐겼다.

 

 

 

백마능성의 암릉길에 들어서서 아래쪽 산능선을 바라보니 떡갈나무 군락지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위: 입석대오름길에 안장얹은 말 잔등처럼 아름다웠던 억새밭 능선길을 걷고 있는 인자무적님과 아들 강산이 

 

 

 

입석대를 오를즈음 나무의 잔가지에 가냘프게 상고대가 맺히기 시작했고 고도가 조금씩 높아질수록

나뭇가지들이 흰옷으로 갈아있고 있었다.

서석대 윗쪽 부근에서의  멋진 상고대에 모두들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눈앞을 가로막던 안개가 없었던들...  손이 시리고 코끝이 얼얼하도록 차가운 바람이 없었던들

이리 아름다운 상고대를 볼 수 있었을까

일행들이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서석대 전망대 옆의 바위에 오르니  바위로 둘러쌓인 안쪽의 풍경이 정말 멋있었다.

 

혼자보기 아까운 풍경이라서 서산새님을 불렀다. 역시 아름다운 풍경이다.

 

 

 

 

  

 

 

 

 

 

서석대에서 내려와 중봉으로 향하는 길.... 조성해 놓은 억새밭의 양옆의 아름다운 산군들.

뭉실뭉실 단풍이 남아 포근하게 다가왔다.

이럴땐 누가 옆에서 저 산은 무슨 산이고, 보이는 저수지는 어디이며, 저 능선의 이름은 무엇인가를

묻지 않아도 내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향우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지도를 펼쳐본들 동서남북을 제대로 분별해낼수도 없을뿐더러

그 많은 산봉오리의 이름을 짚어내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괜차뉴님이나 헐떡고개님이 계셨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위: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철이가 장성했다면 저런 모습이 되었을까? 복면을 한 비룡님의 모습이 곡 철이를 닮았다.

소화기님이 내 모자가 메텔의 모자와 비슷하단다.

금발은 아니지만 중년의 메텔이 되어보기로 했다. ^^*

 

 

원효사로 내려오는 길은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늦재삼거리에서 잠시 갈등을 하다 내림길이란 표지가 있는 곳으로 내려섰는데 나중에보니

직진을 하는것보다 약간 돌아서 온 결과가 되었다.

헬기장에서 셋이서 초등학생 분위기를 연출해보겠다는 작가의 말에 따라 주저앉아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원효사부터 시작된 포장길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그 길을 하염없이 걷고 싶은 마음을 일게 했다.

내림길이 길지 않아서 좋았고

길이 아름다우니 눈이 즐거워 좋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웃음과 얘기가 끊이지 않아 좋았다.

 

예정된 시간에 딱 맞춰 3시 39분에 산행을 끝냈다.

항상 꼴찌에서 기다리게 하면 어쩌나 부담이 있었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

아마 추운날씨 덕분이기도 하고, 사진을 찍지 않았기때문이기도 하리라.

기대이상으로 변화무쌍한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던 무등산

그래

가난이야 한낮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안개와 매서운 바람때문에 상고대를 만났듯이 인생에서 만나는 그 무엇이 우리 인생을 더 빛나게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