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6일 일요일
어제 눈보라가 심상치 않았다.
휘날리는 눈이 수직을 넘어서 하늘로 다시 올라갈 듯한 기세였다.
은근히 눈산행을 기대했지만 내리는 눈은 쌓이지를 못하고 녹아내리고 있었다.
산에는 혹시나 싶어 눈산행을 기대하며 아이젠을 챙겼다.
천장호 주차장에 도착하자 저 아래로 천장호와 출렁다리가 보였다.
거리때문일까
이백여미터가 넘는다는 길이며. 흔들림에 대한 스릴은 느껴지지가 않았다.
쳥양의 상징인 청양고추모양의 교각이 인상적이었다.
다리 끝에는 용과 호랑이가 산길 들머리를 지키고 있었다.
꽤나 가파른데다 얼어붙어 길이 무척 미끄러워 조심스러웠다.
몇고비 치고 오르자 눈이 제법 쌓여있어 아쉬운대로 눈 산행의 느낌을 주었고
하얀 눈 사이로 예쁜 오솔길의 모습도 곳곳에 보였다.
날씨는 어제와 달리 너무나 맑고 좋았지만
겨울인지라 그 냉랭함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오르면서 바라보니 정상의 정자에 기대어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은 등나무줄기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드는 아이들같은 순수함으로 보이기도 했고
지구를 떠받들고 서 있는 아틀라스처럼 힘겨워 보이기도 했다.
삼불봉쪽으로 눈쌓인 산능선이 아름다웠다.
정상 아래에서의 만찬
다양한 먹거리들이 푸짐했다.
내려오는 길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올라올 때 약간 질척거리던 길은 벌써 단단하게 얼어있어 더 조심스러웠다.
앞사람이 미끄러지는걸 보며 조심해야지 했는데 똑같은 곳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머리가 띵~~
조심했는데도 또 한번 꽈당...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다시 천장호 출렁다리에 도착했다.
모두들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이곳을 들머리로 하는 산행객들도 많이 있었지만 이곳을 목적으로 오는 탐방객들도 많이 있었다.
올때는 잘 몰랐는데...다리가 제법 흔들렸다.
아마도 바람이 일은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의 통행이 많은 때문이기도 한듯했다.
울렁울렁...흔들리는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울렁울렁..울렁..울렁
몸은 흔들리는데
내 마음은 ...울렁거림을 잊은지 오래인것 같다.
두근두근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들....
사람에게도.... 물건에게도.... 자연에게도....
모든것에 무덤덤해진 마음
무엇인가 내 마음을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내게도 어떤 열정이 남아 있음을... 살아갈 의미와 이유가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 무엇이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흔들어 주었으면..
언제나 그렇듯이 산행은 즐거웠다.
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오는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오늘 새로이 만난 칠갑산의 그 길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먼 훗날..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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