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24일 일요일
산행 후 영화 아바타를 쓰리디로 본다며 떠들석한 번개산행이 공지가 되었다.
동행을 청하는 연락이 왔었지만 웬지 떠들석한 기운에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조용히 가야산이나 한바퀴 돌아야겠다.
공지된 번개산행이 마감된 후 동행을 찾았지만 아무도 청하지 않는다.
혼자서라도 버스를 타고 가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혼자 걷기엔 조금 망설여지는 길이 있어 고민이다.
코스를 바꿔야 하나?
다행이 동행해준다는 친구가 있었다.
원효봉이 처음이라면서 그 원효봉 때문에 마음이 동했단다.
원효암에 차를 주차하고 일락사로 향했다.
황락저수지도 꽁꽁 얼어붙었다.
중간중간에 금이 간 얼음을 보자 지난번 광덕산 산행 때 서산새님께 들은 "도깨비강건너기"가 떠올랐다.
얼음이 얼었다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생긴 균열이 압력을 견디지못해 중앙이 솟아오르면서 얼음이 지그재그로 깨져나가는 현상이란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라 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단축하고자 주차장을 지나 일락사까지 자동차로 올랐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독경소리에 마음이 편안하다
산책을 하고 오는지..
산에서 내려서는 백구도 달려오면서 반갑게? 짖는다.
산길을 오르자 서로 말이 없다.
숨이 차오른 이유도 있었지만 처음 동행인 맹진숙씨도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인 듯 했고
나 역시 혼자 조용히 산행하고 싶었던터였다.
날씨는 따듯했다.
어젯밤에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눈산행이나 상고대를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포근한 날씨에 길이 녹으면서 약간 질척해진 곳도 있었다.
일락산을 지나고 석문봉에 이르기 전 감투봉에 올랐다.
항상 그냥 지나치는 봉오리였는데 지난번 한번 올라보니 그곳에서의 조망이 색달라서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다.
석문봉에는 제법 많은 산행객들이 있었다.
바위길을 타고 싶었지만 겨울철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 능선길 내내 안전한길로 산행을 하였다.
구름이 조금씩 밀려왔다.
그래도 석문봉에서의 조망은 운치가 있었다.
따스한듯 하면서도 겨울은 역시 겨울이다.
요기를 하기 위해 석문봉아래 바위지대를 지나는데..왜 궂이 험한길을 가려고했는지..
마지막 바위 내림길에 많이 망설인 끝에 뛰어내렸다.
그 끝에서 바람을 피해 약간의 간식을 하고 가야봉으로 향했다.
바위자락 곳곳에 커다란 고드름들이 매달려 있었다.
가야봉아래 바위에 매달린 커다란 고드름아래에서 연인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각도를 잘 잡으면 멋진 폭포같은 느낌을 살릴 수도 있을것 같은 멋진 고드름이었다.
원효봉도 좋아하고 가야봉에서 석문봉까지의 주릉을 걷는 것도 좋아하는데
헬기장에서 가야봉까지의 길은 별로 걷고 싶은 길은 아니었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가야봉에서 헬기장으로 바로 내려서는 샛길이 있다해서 그 길을 찾고 싶어서이기도 했는데
가야봉을 지나 중계탑 정문을 향하는 길은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욱이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곳에서 헬기장으로 내려서는 길도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좋은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몇군데 있어서 좋았다.
산길이든 인생길이든
어떻게 걷고 싶은 길만 걸을 수 있겠는가
걷고 싶은 한 길을 위해서 걷고 싶지않은 길을 더 많이 더 오래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가야산의 그 걷고 싶지 않은 길은 그다지 긴 길은 아니니 다행이라해야겠지
걷고 싶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위 풍경과 같이 뜻밖의 횡재를 만나기도 한다.
헬기장에 부근 임도에 내려서자 햇살이 따스했다.
길옆에 생강나무가 곧 꽃망울을 퍼트릴 듯 한껏 부풀어 있었고
꽃봉오리인듯 가지끝에 올망졸망 매달고 있는 나무가 많이 있었다.
무슨 나무일까? 꽃봉오리 모양으로 보아선 윤노리나무 같기도 한데...
추위에 약한 카메라는 작동불량이고..
좀 더 따스해진 봄날에 다시 찾아와봐야겠다.
꽃이 피면....
꽃은..
외로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까? 더 깊은 외로움에 빠지게 할까?
그건 꽃의 책임이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의 문제일테지
3월 12일 바다와 함께 다시찾은 원효봉 그 꽃망울.....누군가는 비목일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잎과 꽃이 피어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것 같다.
원효봉에서의 내림길은 언제나 희미하다.
어느길로 가야 어느곳이 나오는지 그려지지가 않는다.
대팻집나무꽃이 피어있던 조망좋은 바위며 염소똥이 산처럼 쌓여있던 굴이며 원효샘이며...
그냥 내려서다 운 좋으면 만나게 되는 풍경들
오늘은 샘을 들러 내려왔다.
샘 근처 굴에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얼어 고드름이 매달려있었다.
동굴의 석순처럼 바닥에서 올라온 고드름도 있었다.
원효샘의 물은 졸졸 흐르고 있었지만 마실 수가 없었다.
바로 위에 지천으로 깔린 고라니똥(염소똥이 아니라했다) 을 지나 내리는 물이었고
나는 원효대사가 아니므로.
그리고 절실하게 목마르지 않았기 때문에..
3월 6일에 다시 찾은 원효샘 아래에는 초록빛 잎이 돋아나고 있어 무슨 꽃인지 궁금했었는데
겨울산이 말하길 흔하지 않은 붉노랑상사화란다.
맹진숙씨가 내림길에서 무척 힘들어했다.
나 또한 그 심정을 알기에 천천히 함께 내려오면서..첫 산행인데 너무 코스를 길게 잡은것은 아닌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널널하게 여섯시간정도의 산행을 했다.
혼자 걸었을지도 모를 그 길을 함께 동행해준 친구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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