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4일 일요일
가야산을 오르면서 건너다보이는 덕숭산을
오랫동안 그리워만 했었다.
이태전 경찰산악회에서 네개의 산을 넘던 그날 그길. 그 바위도 그리웠고
수덕사 대웅전의 단아한 자태도 보고 싶었다.
이제 고 3이 된 아들..토요일에도 학교에 가고 일요일은 점심무렵 학교에 가기때문에
아이를 등교시키고 산행을 하자니 일찍 출발할 수가 없다.
조금 일찍출발하자는 제의가 있었으나 11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하였다.
회비도 뒤풀이도 없이 순수하게 산행만 하기로 한 공지에 함께한다는 사람이 몇 없었는데
출발시간에 보니 열명이 모였다.
12시 15분 수덕고개에서 출발
전혀 새로운 느낌의 산길인지라 예전에 걸었던 그 길인지 알수가없다.
주변에는 커다란 바위들이 많이 있었다.
수덕사 다비장 가는 갈림길을 지나 한참을 오르자 낮으막하게 출입금지막대기를 걸쳐놓은 건물이 보였다.
금지선을 넘어 살금살금 다가가 들여다본 건물 토방은 텅비어 있는것을 보니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앞으로 저수지도 보이고. 용봉산도 건너다 보이는 그야말로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
이렇게 경치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 수행을 한다고 중생들의 출입을 막으니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백마디의 법문보다도 그 풍경앞에 서면 저절로 무소유의 깨우침을 일 듯한데 말이다.
그곳을 지나 오르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제법 내릴 기세다.
어찌해야하나
다시 그 건물쪽으로 철수를 하는데 빗방울이 그친다.
나는 비 맞을 각오가 되어 있는데...
다행이 정상이 바로 저긴데 그냥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아 정상으로 향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덕숭산 정상에서 가야산 원효봉을 건너다보니 또 그곳이 그립다.
수덕사로 내려가려 했으나 비가 올것같아 하산길을 재촉해야할것 같아 오름길로 다시 내려섰다.
만공탑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산조아언니가 그쪽으로 가고 싶다고해서
정혜사를 거쳐 만공탑도 보고 마애석불도 보고 내려왔다.
수덕사 절집을 보지 못하고 그냥 가게되나보다 아쉬웠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네 분의 부처님의 수인이 모두 달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표정이 평화로우면서도 세상을 조롱하는 듯한 표정도 언듯 보인다.
내려오는 길에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있었다.
다리도 새로 놓았고
수덕사 바로 위에 사면에 조각해 놓은 불상도 새로웠고
박물관건물 위 마당에 포대화상 조각상도 재미있었다.
포대화상의 넉넉한 배꼽에 손가락을 넣고 장난을 치는 동자승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절집 마당에는 산수유도 피어나고 있었는데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석탑 꼭대기에 도금을 한 것인지 그 화려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소유를 지향하는 불교에서 부의 상징의 하나인 금박을 입히다니....
여수 향일암의 화재도 대웅전에 금을 입히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금강문을 지나지 않고 왼쪽으로 틀어 다비장을 거쳐 수덕고개로 내려왔다.
3시간에 조금 못 미치는 산행시간
함께한 열명의 회원들도 반가웠고 오랫만에 보는 절집도 좋았고 산길도 만족스러웠다.
백두대간을 하는 모기대 푸른솔 부부는 덕숭산이 처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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