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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2년의 기다림...주흘산

2010. 3. 21일 일요일

 

주흘산(主屹山)

2년전 여름 정기산행으로 주흘산 공지가 올라왔고  난 그 산 이름의 가운데 "흘"이 궁금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우뚝솟을 흘   

산길을 걸으며 그 의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조망을 즐기다 아래를 쳐다보면 아찔함을 느끼게하는  직선으로 떨어지는 바위와  가파픈 산비탈은  식은땀이 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해 여름 주흘산을 가지 못했다

가는 도중에 고르지 못한 일기때문에 행선지를 바꾸어 조금 수월하다는 조령산을 갔었고

조령산의 멋진 풍광에도 불구하고 중도에 바뀐 그 길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었는데

오늘 그 산을 가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조망과 산행의 묘미를 알 수 있다는 부봉도 함께 한다니 걱정이 되면서도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단체사진)

 

 주흘산은 멀리서 찾아오는 우리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어제오후까지만해도 대기를 온통 뿌옇게 보이게 하던 황사도 말끔히 사라지고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엊저녁 고민했던 회원님들이 없지않았을터인데 많은 회원님들이 함께하여 더더욱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조령1관문인 주흘관을 지나 혜국사 방향으로 올랐으나

혜국사도 보지 못했고 중간에서 계곡을 건너 치고 오르는 바람에 여궁폭포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그곳까지 오르는 동안 알려진 이름은 갖지 않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크고작은 폭포를 만났기 때문이다.

계곡을 건너면서 바위가 얼마나 미끄러운지...발한쪽이 물에 빠졌지만 다행이도 여벌 양말이 있었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계곡에는 물을 따라 흐르다 멈춰선 낙엽에 매달린 고드름이 정말 아름다웠다.

누구에게나 저렇게 붙잡고 싶은 그 무엇인가가 있을것이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지 해보고 싶은 그래서 붙잡아 곁에 두고 싶은 그 무엇..

훌훌털고 입적하신  법정스님에게는 그런 그 무엇이 없었을까?

 

 

산길은 초입부터 엷게 쌓인 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대궐샘터 조금 못미쳐서부터는 아이젠이 필요할만큼 빙판길이었다.

아름다운 계곡이 끝나고 계속되는 오름길과 빙판때문에 산행은 무척 힘이 들었다.

매서운 바람이 골을 지나며 위협적인 소리로 다가왔지만 3월의 기운에 한결 풀죽은 모습이었고

때로는 시원함을 느끼게도 해 주었다

친구들이 오지 않아서 혹시나 걱정을 했었는데 와준 들꽃님

날더러 항아리가 무거워서 힘들겠단다.

4월의 벚꽃 산행때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가볍게 몸을 비워내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궐샘터 옆 나무앞에서...나무에 예쁜 이끼가 많이 피어 있었다)

 

주봉으로 오르는 내내 산조아언니는 쭉 쭉 곧게 자란 소나무에 푹 빠져서 길을 걸었다.

붉은 수피와 반듯함이 느껴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때로는 이렇게 관능적인 모습의 소나무도.. 

 

 

 주봉에 오르니 일행이 휴식중이었고 비룡님이 손을 들어 후미를 반겨준다.

주봉에서 바라보는 주변 산군들이 아름다웠는데 여유있게 즐기지를 못하고 영봉으로 향했다.

 

흰구름이 참 평화롭다. 

 

 주봉에서 바라본 조망

 

영봉으로 향하는 길에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줄기도 아름다웠지만 산아래 작은 동네의 구불구불한 마을길이 무척 아름답고 평화로워보였다.

눈으로 느끼는 느림의 미학이랄까

장애물을 만나면 무조건 무수고 뚫고 지나가는 요즘의 도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부드러움을 가진 그 길

그 마을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들만 살고 있을것 같다.

 

 

 

영봉은 키 큰 잡목들때문에 조망을 볼 수가 없었다.

잔 가지 사이로 지나온 주봉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영봉을 지나 부봉으로 향하며  오늘 처음 함께한 순이님이 걱정되었는데

후에 들으니 구조대장 소화기님과 꽃밭서덜코스로 내려갔다고 했다.

 

(선입견을 버리고 바라보면 모든것이 아름답다.  흉조라는 선입견때문에 푸대접을 받아온 까마귀) 

 

 

영봉으로 향하며 뒤돌아본 산줄기..특색있는 주봉의 모습이 보인다.

 

 

부봉가는 길

영봉에서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가는데 또 얼마나 힘들게 오르게 하려고 이리 내려가나 걱정이 된다.

염려대로 부봉가는 길은 산줄기와 암릉을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었지만

바위와 밧줄과 시름하며 오른 힘든 길이었다.

 

(뒤 배경의 바위가 미륵바위란다) 

 

 

체력소모가 많은 탓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쉽지 않을만큼 기념사진만 몇장

 

(부봉에서 월악산을 배경으로)

 

밧줄을 잡고 몇개의 바위를 오르락내리락

이곳을 오지 않았으면 그 아쉬움을 또 어찌 달랬을까

그 어려운 길을 마음놓고 걸을 수 있게 든든하게 지켜준 모기대님 빨강돼지님 손하나로님 세분 등반대장님과 자연인 구조대장님

서로 배려해주는 회원님들 모두가 든든하고 고맙다.

 

 

 

 부봉표지석이 있는 곳을 지나 첫번째 만난 바위봉오리가 제일 아름답고 스릴도 있고 좋았다

왼쪽의 로프를 잡고 올라가니 별천지?  신천지?가 따로 없다.

 

 

 

그 바위위에 마냥 눌러앉아 있었으면 좋으련만... 갈 길이 멀다.

6봉을 남겨두고 사잇길로 내려오면서 얼마나 다행이다 싶었는지....

내려오면서 뒤돌아보니 참으로 멋진 암봉이었지만 말이다.

 

(앞에 펼쳐진 능선이 조령산쪽이 아닐까)

 

지나온  암릉길..생각만해도 짜릿하다. 

 

 

무거운 발을 이끌고 조곡관으로 하산을 했다. 다행이 그쪽은 빙판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넘어가는 햇살을 머리에 이고 선 산등성과 조곡관의 어우러짐이 아름다웠다.

  

 

서산새님과 정산님..정산님은 카메라를 놓고 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아쉬움이 많았을것이다. 

 

 

2관문인 조곡관에서 주흘관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아름다웠다.

옛 과거길

청운의 뜻을 품고 한양으로 갔다가 뜻을 펴지 못하고 되돌아 넘어오던 고개는 얼마나 힘에 겨웠을까

그 상심을 문경세재의 절경을 보면서 달래며 더 큰 뜻을 키웠겠지

흙으로 다져진 길을 맨발로 걸으며 오랫만에 흙의 감촉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신발을 벗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계곡에서  길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물길은 어디에선 물레방아를 돌리기도 하며 길 옆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길을 이루고 있었다.

 

 

 (조령원터에서)

 

  

교귀정

소나무와 어우러진 정자가 길의 운치를 더했다. 

 

 

뒤에서 힘차게 내려오는 어떤 일행들을 보면서 우리도 행군을 하기로 했다.

2열종대 집합

서산새님의 지휘로 구호에 발맞춰가며 군가를 부르며 힘차게 행진을 했다.

지쳐있던 몸에 활기가 도는 듯 했고 무척 유쾌한 시간이었다.

 

 

 

 

길고 힘들었던 여덟시간의 산행

꽃처럼님 마가렛님등.. 고생을 많이 한 회원님들이 있어 안타깝기도 했지만

고생이 컸던만큼 추억은 아름답게 기억되고 보람도 크다는 것을 그들도 알것이다.

3년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