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12일 토요일
내일 월악산 번개산행이 있지만 아쉽게도 합류하기가 어려울것 같다.
아쉬움에 뒤돌아보며 또 뒤돌아보며 내려섰던 월악산 영봉을
또 다시 기다림으로 남겨둬야겠다.
가고픈 월악을 함께하지 못하는 친구와 함께
가볍게 가야산 한귀퉁이를 돌기로 했다.
용현교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근 2년여만에 다시 걷게되는 길이었다.
저수지에서 낙엽이 수북이 쌓인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올라 철탑에 도착하자
고풍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건너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는 영락촌이 편안해보였다.
상왕산을 향해 가는데 산길에 주저앉아 식사를 하는 산행객 세명을 만났다.
금북정맥을 하는 중이며 울산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목장길을 지나 산행객 한명을 만났는데 개심사로 내려서야하는데 길을 놓쳤나보다.
통화를 하는사이 동행들이 먼저 가버렸다고...
우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디까지 갔을지 모를일이다.
얼마 후 길을 잘 못 든 세 사람을 또 만났는데..
오늘 아마도 이 네 사람을 위해 우리가 이 길을 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수정봉쪽으로 가고 싶어했으나 내가 이 길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속이 비어가는 굴참나무 그루터기)
오늘따라 산길이 수월했다.
멀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상왕산에도 금방 도착했다.
쇠똥이 여기저기 널린 목장길도 지척인듯 가까웠고
금북정맥 갈림길부터 팔각정까지의 길은 유난히 더 포근했고, 발에 전해지는 느낌이 부드러웠다.
팔각정에서 허기진 속을 달래고 계곡으로 내려섰다.
삼거리를 만나자 말로만 듣던 설명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위치상 대충 짐작이 되었다.
보원사지 쪽의 희미한 길 대신 길이 확실하게 나 있는 휴양림쪽을 향해 내려섰다.
(팔각정 오르는 계단길)
내리막길은 무척 가파랐다.
그 내림길에서는 예쁜 버섯들을 만났다.
운지에 곰팡이가 피어 형형색색의 고운 빛을 띤 버섯도 있었고
꽃처럼 송이가 풍성하고 예쁜 버섯도 만났다.
간벌한지가 얼마 되지 않는지 아직 생기가 남아있는 굴참나무.소나무. 참나무등의 결이 아름다운 그들의 속을
볼 수 있었다.
상왕산 근처에서는 썩어서 속이 텅 비어가는 굴참나무의 그루터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굴참나무와 소나무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소나무는 외유내강형이랄까? 껍데기는 썩어 문드러지는데 속은 그대로 있는 반면에
속은 썩어 텅비어가는데 껍데기는 그런 속을 여전히 감싸고 있는 굴참나무는 외강내유형?
내 속과 내 껍데기는 어느쪽일까?
아무래도 외유내강쪽에 가깝지 않을까
휴양림에 도착하자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나무마다 설명을 곁들인 이름표가 붙어 있어 좋았다.
지금은 잎이 져 수피만 보고는 구분하기 힘들겠지만
꽃이 피는 봄이나 잎이 무성한 여름이나 열매가 맺히는 가을에 찾아오면 나무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터벅터벅 걸어 보원사지터를 건너는 징검다리를 확인했다.
지난번 사진전시회에서 보았던 사진의 징검다리가 이곳인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느낌은 비슷하지만 이 징검다리는 아니었다.
그곳은 어느곳일까?
길옆에 감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가 있어 밭을 가로질러 감나무아래로 향했다.
매달린 감이 모두 먹음직스러운 홍시가 되어 있었는데 아쉽게도 따기가 힘들었다.
밭에서 일하시던 할머님께서 한마디 하신다.
" 그거 따다 얼굴에 맥질혀...."
맥질...오랫만에 듣는 그 말에 웃음이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정말 감에 맞으면 홍시로 맥질을 할것 같다.
식당의 마당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엔 주머니가 달린 장대가 있었지만 따기가 힘것은 마찬가지였다.
겨우 몇개를 따 먹었는데..... 얼마나 맛이 있던지...
고개가 아프도록 고개를 치켜들고 감을 따는 것도 재미있었다.
네 시간이 조금 넘는 산행이었는데 너무 천천히 걸어서인지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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