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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아직 닫힌문...덕유산

2009. 11. 1일

 

가고싶은 곳은 많은데...마음가는 곳은 또 다른데

비 개인 산정에서의 멋진 운무를 기대하며 선택의 여지없이 덕유산으로 향했다.

추워진다고하니 운 좋으면 상고대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열여덟명이 28인승 우등관광으로 편안하게 무주리조트에 도착하니 9시 30분

천천히 준비를 하고 열시가 다 되어 출발하였다.

다리가 불편한 부부한팀만 곤도라를 타고 나머지는 스키활강장옆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흐리지만 양옆의 산빛이 고왔다.

낙엽활엽수들의 은은한 산빛을 보면 우아하게 세월을 보듬는 중년의 여인같이  편안한 여유가 느껴진다.

 

 

 

만만하게 생각한것은 아니었지만 가도가도 끝이없는 오름길

날씨가 개이길 바랬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운무가 짙어져 10여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갈수록 심해지는 경사를 몸이 먼저 알아차리고 힘들어했다.

포장된 도로를 피해 풀밭으로 들어서서 걷는데...쉴 곳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고 앞사람을 놓칠세라 한눈을 팔 수도 없다.

부부동반의 남편동창모임의 산행이라 조금 더 신경이 쓰였다.

하는 수 없이 두어번 앞사람을 불러 휴식을 청해야만했다.

슬로프위에 매달린 텅 빈 리프트를 쳐다보니....곤도라를 탄다고 그럴걸 그랬나...하는 후회

사십여분 올랐을까

발 아래 작은 이끼같은 것들이 보였다.   사진찍는 것을 본 몇사람이 더 예쁜것이 있으면 알려주는데

자꾸 뒤쳐지니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일수가 없어 대충대충 몇장 들이댈수밖에 없었다.

 

 

 이름도 예쁜 "영국병정지의"라고 했다.  아래 사진의  작은컵모양의 것들은 "꼬마요정컵지의"라고 했다.

 

 

 

 한시간 반쯤 걸린것 같다. 설천봉에 도착했지만  바로 눈앞의 고사목이 된 주목 몇그루만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그 고사목앞에 두 사람을 억지로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한 사람은 걸음이 느리면서도 사진을 찍는 네게 산행을 재미있게 한다며 이해를 해준 남편의 동창이고

그리고 한 사람은 아쉬운대로 산을 즐길수 있게 후미에서 함께 걸어준 고마운 사람, 또 다른 동창의 아내이다. 

  

 

 

 

희미하게 윤곽만 드러낸 상제루도 그냥 지나쳤 향적봉으로 향했다.

상제루에도 바라보는 풍경도, 그리고 상제루 자체의 풍경의 멋진 사진도 많이 보았던터라 무척이나 아쉬웠다.

향적봉까지 0.6km라는 이정표를 보고 누군가 깜짝 놀란다.  6km로 보았다면서 웃는다.

향적봉 오르는 길은 계단으로 완만하니 편안했지만 양옆의 산죽과 나무들만 보일뿐......

길옆의 커다란 주목의 붉은빛이 아름다웠다.

주목과 산죽...눈쌓인 겨울엔 더 멋진 풍경이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안개속의 상제루)

 

 

 향적봉에 오르니 먼저오른 일행이 저쪽에 희미하게 보인다.

 돌탑앞에서 사진한장 박고는 둘러볼 생각도 못하고 부랴부랴 대피소로 향했다.

장갑을 끼었는데도 손이 시리다.

모자를 쓰지 않아 안개에 머리가 흠뻑 젖은 사람들도 많았다.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지....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김밥으로 식사를 하고 동창회장이 찬조했다는 자연산 전복찜을 맛있게 먹었다.

이 멋진 곳에서 조망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워서 누군가 30분만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하나둘 일어서서 내려가기 시작하니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혼자라면 한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었으련만....

백련사로 하산을 시작했는데 이십여분 내려오자 아래 산자락 한켠에 햇살이 내리쬐고  저쪽 산마루가 환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아쉽지만 시작된 발걸음은 멈출수도 되돌리 수도 없었다.

 

 

 말라붙은 단풍이 절정기엔 얼마나 아름다웠을지를 짐작하게 했다.

 부도인지?  뭔지.... 따라가는 발걸음이 바빠서 설명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감나무에 감 매달리듯 주렁주렁 매달린 겨우살이....

타이어를 잘라만든 계단의 틈새에 끼여 부서지고 마른 낙엽도 아름다웠다.

 

백련사에 도착할 즈음엔 날씨가 완전히 개어 올려다보는 산빛이 너무 예쁘다.

향적봉 정상에서 조망을 보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깝지만 이곳에서라도 보여주니 고맙다해야겠지

 

 

 

 

계곡을 옆에 두고 걷는 길..무주구천동

33경 이라는 절경 중 제대로 본 것은 하나도 없다.  구천폭포를 한번 되돌아 보았을 뿐

이름이 생각나는 곳은 제대로 보지도 못한 향적봉과 월하탄 인월담뿐이다.

물소리를 가까이 들으며 아래 계곡옆으로 설치된 길을 걸어도 좋겠다 싶은것은 내 마음뿐....

다행히 한명이 동행을 해주어 그나마 사진이라도 찍을 수가 있어 고마웠다.

 

 

 

 

 

계곡을 내려오면서 그곳에 맞는 특색있는 이름을 붙인 쉼터들이 있었다.

이해인님의 시를 적어놓은 시인을 위한? 쉼터

호젓한 오솔길이 있는 연인들의 쉼터

하루하루 돌탑이 높아지는 소원성취? 쉼터

그리고 작은 나무의자와 탁자가 있는 도시락 쉼터 등

곳곳마다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도 읊어보고, 소원도 빌어보고..싶었으나

앞서간 이들때문에 마음놓고 사진조차 찍을수가 없었음이 아쉽다.

 

 

                                    향적봉에서 아무런 조망도 못하고 내려왔는데 활짝개인 날씨가

너무도 아쉬워 곤도라를 타고 다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또 기회가 있겠지 하는 희망으로 산행을 끝냈다.

 

(겨우살이 고층아파트)

다음날 뉴스를 보니 덕유산 향적봉에 상고대가 활짝 피었단다.

간만의 차이...^^*

그 아름다운 풍경...내게는 아직 때가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