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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상사화의 유혹...불갑산

2009. 9. 26일 일요일

오전 8시 출발

마가렛, 유영자, 후박꽃, 들꽃, 산조아, 펭귄, 손하나로, 서산새, 조선붕어, 차파리, 산 사람, 빨강돼지, 가을 이상 14명

 

아마도 나를 위한 배려인듯 싶었다.

번개산행일을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변경한것도, 출발시간을 여덟시로 정한것도.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또 불갑산은 가고 싶은 산이기도 하였지만 선뜻 간다고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산이 좋아 산에 가는 것이지만

때로는 절집이 나를 부르기도 하고 또 어느날은 바위 하나가 내게 손짓하기도 한다.

오늘은 고민하는 나를 이곳으로 이끈것은 무엇이었을까

꽃이었을까 사람이었을까?

 

 

 

여덟시에 서산 출발 열한시가 다 되어 불갑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저수지를 지나 불갑사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길가에는 상사화가 붉게 피어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불갑사에 이르기까지 길을 걷는 동안 붉은 파도위를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기다림에 지쳐서였을까 시들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남은 열정을 모두 쏟아부은 듯 붉은 빛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갑사를 오른쪽으로 두고 길을 틀어 예정했던 길의 반대방향인 덫고개를 향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몇걸음 오르자 소박한 문 하나가 보이는가 했는데 규모가 제법 큰  선원이 단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현판이 보였지만 흘려 쓴 글씨체를 도대체 알아볼 수가 없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無覺禪院 이란다.

 

 

 

오솔길따라 오르는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았고 이제 산행을 시작한터라 별로 힘들이지 않고 덫고개까지 올랐다.

덫고개의 정자에서 잠시 휴식 후 다시 진행

이정표에 노적봉, 장군봉등의 안내가 있었지만 연실봉까지 가는 동안 어디가 노적봉이고 어디가 장군봉이었는지

모르고 지나쳤다.

길 옆이 묘 한 기를 보고...소 세마리를 잡아야 올라왔겠다며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얘기하는데

임도 끝이었는디 차가 몇대 올라와 있는것이 아닌가

그곳이 노루목이었고.  나무 계단 끝의 헬기장이 장군봉이었단다.

 

 

 

장군봉 지나 짧은 암릉구간...쇠난간을 해 놓아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았다.

바위끝에 오르니 아마도 신성제인듯 저수지도 보이고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시원스럽다.

불과 몇미터의 차이인데 바위 아래에 있을 때하고 바위 위에 섰을 때의 기분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높낮이의 차이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것의 차이 때문일거라 생각되었다.

눈에 보이는것만큼 마음도 너그러워지든듯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편안했다.

 

 

열심히 걷는데 앞에서 마주오는 산행객 한명이 묻는다

"강릉가는 길이 어느쪽인가요?"

"가다보면 나올거예요" 하고 대답을 하고 나니 싱겁기가 그지없다.

여기는 전라도 영광인데 강릉가는 길이라니....

길이 달리 길이겠는가? 어디로든 통하게 되어 있는것이 길이거늘  어디에선들 강릉가는 길이 없으랴만서도....

산조아 언니가 내가 뭐라고 답할지  그것이 사뭇 궁금했단다.

 

뜻밖의 반간운 만남을 안겨준 비룡님 부부...비룡님이 바위문에서 사진을 한장 찍어주었다.

저 문과 분위기가 잘 맞는것 같다.

건너편이 절벽이니 저 곳을 통하여 어디로 갈 수가 없으니 문이라 하기에는 그렇지만 하늘을 볼 수 있고 건너편 멋진 조망을 볼 수 있으니

문은 문이다. 

 

마지막 숲이 터널을 이룬 계단을 오르니 정상인 연화봉이었다.

조망이 시원스럽고 편안했다.

바로 옆에는 이제 꽃봉오리를 달고 있는 나무가 보였는데...지난번 선운산에서 보았던 송악이란다.

그런데 덩굴성이라는 송악의 느낌과 너무나 달라서 알아볼 수가 없었는데...새 가지와 오래된 가지에서 나는 잎 모양이 다른 모양이다.

내년봄에 열매가 익는다고 했다.

 

연화봉에서 구수재로 내려오는 길은 편안했다.

차량회수가 아니라면 용천사로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고개를 내려서자 얼마 안되어 물마른 계곡이 보이고 곳곳에 상사화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조금씩 시들어가는 상사화

속눈썹 한껏 치켜올리고 도도하게 바라보는 여인네의 열정이 느껴지는 꽃 상사화.

콤팩트디카로는 멋지게 꽃을 담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눈으로 마음으로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저수지 옆으로 불갑사가 보이는 길도 무척 아름다웠다.

 

 

 

 산을 만나고 꽃을 보고 오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산 때문이기도 하고 꽃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있어 더더욱 행복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