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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이야기/들꽃세상...작은것이 아름답다

설중화를 찾아서 (변산바람꽃. 갯버들)

2010. 3. 11일 목요일

 

어제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소복히 쌓인 눈을 보면서 한편 마음이 즐거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난주말에 만나고 온 변산바람꽃이 걱정이 되었다.

수많은 봄꽃들이 피어나다 눈을 만났겠으나 내가 만난꽃이라 그런지 마음이 쓰였다.

점심시간에 그녀한테서 전화가 왔다.

비밀의화원으로 노루귀를 만나러 가지 않겠느냐고..

 

점심은 그녀가 쪄온 고구마로 때우기로 하고 비밀의 화원으로 향했다.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눈길을 걸어 올라갔다.

"봄 눈 녹듯이..."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싶은게 햇살에 녹아내리는 눈은 물에젖은 솜처럼 물기를 흠뻑담고 있어 무척 미끄러웠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 눈의 무게를 견뎌낸 노루귀는 없을것 같았다.

여리디여린 꽃이 어찌....

한바퀴를 돌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나오는 길

 

텅 빈 도토리집이 나무그루터기에 돋은 버섯위에 걸쳐져있었다.

집을 떠난 도토리는 어디서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까

 

 

잎을 달고 떨어진 도토리가 있어 흰 눈 위에 나름대로 연출을 해보고자 툭 떨어트렸다.

그런데 무게때문에 얼굴을 눈속에 푹 파묻는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더...

겨우 얼굴을 들고 하늘을 본다]

 

 

길옆 덩굴위에 매달린 이 작은 열매는 무엇인지

많이 본 것인데 이름이 생각나지가 않는다

 

 

 2010. 3. 12일 금요일

바람이 몹시 불었다.

누군가는 바람소리를 삼베바지에 방귀새는 소리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시내에 일이 있어 볼일을 끝내고 조금 일찍 퇴근을 하고는 가야산으로 향했다.

설중 변산바람꽃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꽃들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보고자 산으로 향하는 나는....너무 이기적인 것이아닐까?

헬기장에 차를 주차하고 계곡을 따라 내려섰다.

질척한 눈 속에 용케도 잘 견디고 있는 변산바람꽃이 보였다.

그 여리고 예쁜꽃들은 많이 힘들었는지 피곤하고 지친 낯빛이어서 안스러웠다.

앞서간다는 것은....시련을 더 많이 견뎌야 하는것

 

 

둘이 함께 서로 위로하며 견디는 모습

  

 

든든한 바위에 기댄채 눈이 녹기를 기다리나보다.

 

 

 

변산바람꽃을 만나고 갯버들을 만나기위해 상가리쪽 헬기장오름길 계곡 입구로 갔다.

지난번 보았던 봉오리는 더이상 피지 않아서 아쉬운마음이었는데

계곡 위쪽을 보니 멋진 화관을 쓴 갯버들이 기다리고 있는것이 아닌가

 

 

 

 

 

카메라의 눈으로 보면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빨갛고 노란 갯버들의 작은 꽃술들이 봉오리 한껏 부풀린 튜울립꽃송이를 닮았다.

 

 

 

꽃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 지금

내 마음도 꽃을 닮아가고 있었으면.....

 

 

돌아오는 길에 아는이의 사진관에 잠시 들렀다.

사진을 직접 찍어 도감을 만들었다는 칠순이 지난 할머님의 사진집을 보여주었다.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그리고는 역시 직접 야생화 사진을 찍어 만든 도감을 선물로 주었다.

그 도감에는 변산바람꽃이 없는것을 보니 변산바람꽃이 귀한 꽃인가보다.

바다는 야생화를 좋아하는 내 덕분에 도감을 얻었다며 기뻐했다.

나는 그녀가 고맙다.

같은 취미를 가진 그녀가 있어 내 발이 되어주고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