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레오와 하니...야촌 말 타다

2010. 06. 25 금요일

 

여름에 덥다고 푸념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겠지

더운것이 여름이니까.

그래도 덥다

내일이면 생일을 맞는 친구의 시아버님 조문겸 이력서에 쓸 사진도 찍을 겸

산악회 창립행사의 기념품도 전해줄겸해서 해미에 갔다.

 

읍성 안 한 켠에 

뜨거운 햇살아래 말 두마리가 고삐가 매어진채 모리밭에 서 있다.

 

 

초원을 달리도록 태어난 그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그래도 순한 눈빛을 하고

나를 등에 태우고는 뚜벅뚜벅 원을 그리며 두바퀴를 함께 돌아준다.

미안하고 안스럽다.

 

 

 

남편인 레오는(점박이) 운명을 받아들이는지 말을 잘 따른다고 했다.

아내인 하니는 앙탈을 부리며 사람을 등에 태우고도 꿈쩍을 안 한단다.

하니도 괴롭고 주인도 괴로울터이다.

그렇게라도 자아를 표현하는 하니가 기특하기도 하다.

 

국궁을 팔뚝에 멍이들도록 쏘아보고

솔숲속으로 들어갔다.

그 곳 빈 의자에 누워보고 싶었다.

지난 문화탐방 때  그 의자에 누워있는 이의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보여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었다.

친구를 보내고 홀로 남아 의자에 길게 누웠다.

길게 쭉 뻗은 소나무 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그 위에 놓인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더위 속에 슬쩍슬쩍 다가오는 바람을 느끼려 애쓰며 생각을 비워냈다.

십여분 지났을까

누군가 다가오는 숨가쁜 소리가 들려온다.

예의가 아닌줄 알면서도 양산으로 얼굴을 가린터라 모른척 누워있었다.

누군가의 시선때문에 나의 편안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또 이제서 일어나는 것이 더 게면쩍기도 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통화소리가 들려왔다.

잠에서 깬 척... 등 돌리고 일어나 앉았다.

잠을 깨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어르신께 내가 오히려 미안했다.

전에 보았던 풍경이 너무나 편안해보여서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노라 말씀드렸더니

너무나 편안해 보였단다. ^^*

 

 

편안해 보였다면 아마 나도 진정으로 편안했을것이다.

아무리 숨기려해도 내 안에 있는것들이 조금씩은 밖으로 보여지는 것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아니 내 눈에도 그것이 보이니까.

편안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

그것도 보시겠지 

 

돌아 나오는 길

군더더기 없는 초가집도.. 골목길도 참으로 편안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