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6일 화요일
근교에 흰망태버섯이 피었단다.
사진으로만 보아왔기에 실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갈 때 동행해 주면 좋으련만...
혼자 찾아가보기로 했다.
며칠째 계속되는 안개와 폭염에 많이 망설여지고 걱정도 되었지만
노선버스의 운행이 잦지 않은 곳이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문화회관부터 맛이나가든까지, 그리고 고남저수지 올라가는 길은 허리가 아플만큼 조금 힘들었다.
나머지 구간은 달리는데 문제 없었다.
차들과 함께 달려야하는것이 조금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갓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종합운동장을 지나고부터 길가에 낭아초가 한창이었다.
바로 길옆이라 지나가는 차량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겨우 몇장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알려준 장소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땀에 범벅이 되었지만 내힘으로 자전거의 두 바퀴를 굴려 찾아왔다는것이 마음 뿌듯했다.
대나무 숲은 길고 깊고 어두웠다.
선뜻 대나무숲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다행히 대나무숲사이로 너른 길이 나 있었다.
숲에는 흰망태버섯 일가족의 흥망성쇠가 이어지고 있었다.
시들고 있는 버섯들과 새로 피어나고 있는 버섯들
볼수록 참 신기하게도 생겼다.
일가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정하게 앞서가는 두 모녀와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가장의 든든한 모습으로..
참 부러운 모습이다.
오십년을 살아오는동안 누군가의 어깨에 편안히 마음을 기대고 살아본적이 별로 없는것 같다.
내 독립적인 성격탓이기도 하지만
기댈 수 있는 사람도 주변엔 없었다.
결혼후에는 정말 마음편히 남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일때도 있었으나
그런 기회가 내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해바라기처럼 끊임없이 나 자신을 곧추세우며 자꾸만 움추러드는 어깨를 억지로 펴야만 했다
피어나는 모습을 보기위해 시간을 벌려고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대나무 숲에는 또 다른 버섯들도 자라나고 있었다.
소나무숲 아래 공터에 보리수나무 열매가 빨갛게 잘 익어 따 먹었다.
때마침 까치들이 얼마나 요란스럽게 울어대던지
마치 내가 저들의 먹이를 다 먹을까봐 조바심을 내는듯한 목소리여서
몇알 남겨 두었다.
살아오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일도 많았겠구나
30여분이 흘렀을까
돌아와 살펴본 망태가족은 별 변화가 없어보였다.
다시 마을쪽으로 내려가 밭둑을 한바퀴 돌았다.
쇠비름이 꽃송이를 총총이 매달고 있었는데 아직 피지는 않았다.
어렸을 적 부지런한 아버지덕분에 쇠비름꽃을 본적이 없는것 같다.
까마중과 봉지땅꼴은 막내딸을 위해 비껴놓으셨지만 잡초는 나기가 무섭게 뽑혀나갔기때문이다.
열한시쯤 망태버섯에게 작별을 고하고 돌아섰다
빨강 웃옷에 파란 모자를 썼는데도 내가 남자로 보였나보다.
마을어귀에서 만난 아저씨께.."사진 찍으러 많이 오지요?" 하고 여쭸더니
밭둑을 가리키시며 "방금도 어떤 남자 하나 다녀갔어" 하시는게 아닌가
방금 내가 다녀온 곳인데..ㅠㅠ
내가 봐도 남자같은 모습이 느껴지는것은 사실이다. ^^*
돌아오는 길은 무척 힘이 들었다.
잠시 쉴겸 비원에 들렀다.
하늘말나리와 화살나무 열매를 보며 잠시 쉬었다.
털중나리와 하늘말나리는 한송이 꽃으로도 산빛을 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하긴 엷은 미소, 한마디 말만으로도 마음 환해질 수 있으니.....
화살나무와 나래회나무의 열매 ...나무에 달린 날개가 아니면 구분이 어려웠다.
바람개비처럼 자라나고 있는 열매도 무척 귀여웠다.
활량나물과 뭔지 모를 꽃
개암나무 열매도 단단한 껍질을 만들고 있고 좀작살나무의 연보라빛 꽃송이도 너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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