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3일 화요일
맛있는 밥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고
좋은 사람은 만나면 만날수록 더 보고 싶지요.
길도 그렇습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그리워지는 길이 있습니다.
아라메길이 그런 길입니다.
"아라메길" 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부터 그 길은 있었지요.
개심사 뒷산, 계곡길, 목장길..
그냥 그렇게 불렀었습니다.
1구간은 운산 여미리에서 시작되지요.
위 사진은 2008년 여름 시계종주 때 찍은 유상묵가옥입니다.
언덕위에 넓게 두른 담이 참 인상적이었지요.
담 안의 고동색 지붕은 우물터입니다.
오늘은 보원사지터에서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굳이 안내자가 필요없는 길인데도 안내를 핑계로 저를 불러준 친구가 고맙습니다.
앞 선 일행들이 징검다리를 건너가고 있네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서로에게 징검다리 같은 사람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걷는내내 부부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워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그 때 지나던 바람이 아니라서 그럴까요
그 때 흐르던 그 물이 아니어서 일까요
그 때 함께 걷던 이가 아니어서 그럴까요
분명 얼마전 걸었던 그 길인데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가 새롭습니다.
유난히 예쁘고 앙증맞던 잎이 눈에 쏙 들어오던 고추나물은
활짝 피운 노란웃음으로 나를 맞이합니다.
아마도 일주일만의 해후가 반가웠나봅니다.
어떤 산꾼의 여름아지트가 있는 그곳의 전망바위입니다.
굽이굽이 황락지 내려가는 임도가 보이고
멀리 개심사 입구의 신상저주시도 보입니다.
이곳의 일몰풍경도 아주 멋질것 같습니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네요.
누굴 기다리나요?
대나물의 눈길이 아래 길을 향해 있네요
그 때 그 꽃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분홍바늘꽃은 모두 열매를 맺었고
왜박주가리는 덩굴이라도 보고 싶어 눈여겨 보아도 눈에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걸을 때 마다 새로이 반겨주는 풍경들
그래서 자꾸 오고싶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이고개에서 임도를 걸어 계곡으로 내려서기로 했습니다.
포장된 길이 반갑지는 않지만 길가의 꽃들과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만나는 비포장길이 반갑네요.
부드러운 흙길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딱딱한 시멘트포장길보다는
울퉁불퉁해도 비포장길이 걷는 맛을 느끼게 합니다.
부부의 뒷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곁에 있는 사람까지 유쾌하게 만드는 좋은 사람들이었지요.
또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들입니다.
저 곳에 절터가 있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조희풀도 예쁘게 피었네요.
조희풀과 자주조희풀의 구분을 못하겠는데
설명을 보니 자주조희풀은 꽃잎이 뒤로 말리지 않는다고 되어있더군요.
그러니 이것은 조희풀인것 같습니다.
길가에
길을 향해 피어있는 꽃들의 표정엔
그리움이 깊어 보입니다.
그리움의 대상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 그리움때문에 아름다운 꽃을 피울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양옆에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은 혼자여도 행복합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들이 저만치 앞서갔네요.
일행들과 떨어지면 빨리 쫓아가는것이 일반적인것 같은데
저는 그 반대랍니다.
좀 떨어졌다 싶으면 오히려 더 느긋하게 풍경을 즐기니 말입니다.
이 길만으로 충분해 보이는데
계곡 건너편으로 새로운 길을 내고 있군요.
여기저기....참 많은 산자락이 파헤쳐져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 하는것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왜 자꾸만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걸까요?
나뭇잎 위에 무슨 문양처럼 나비 한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명상에 잠긴걸까요
꿈쩍을 하지 않네요
이름이 모시나비라는군요.
세모시로 옷을 지어 차려입은 듯 정갈한 모습입니다
잎은 오리나무와 닮았다 생각을 했는데
참으로 특이하게 생긴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처음보는것인지라 열매인지..벌레집인지..궁금했는데
참개암나무 열매라는군요.
요정이 쓰는 꼬깔모자 같기도 하고..
아뭏든 귀엽게 생겼습니다.
언제 이 길을 또 걷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뒤에 또 오게 될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행복한 길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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