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6일 토요일
혼자서 옥녀봉을 올랐다.
산다운 산을 오른지가 두달하고도 며칠이 더 지났다.
이제는 산을 갈 수 없다고 생각했을때는
참 암담했었다.
무슨 재미로 살아야하나
어디에 내 맘을 풀어내며 살아야하나
가슴속에 응어리진 짐덩어리를
누구에게 던져줘야하나
이제 한입 베어문 달리 단 사탕을 빼앗긴 아이처럼
서럽고 부릴곳 없는 심통이 났었다
(땅두릅 꽃봉오리) 10. 16 옥녀봉
꽃과 열매
2010. 10. 19 옥녀봉에서 (위와 다른 개체)
2010. 11. 15일 옥녀봉
열매가 까맣게 익었고 주변엔 낙엽이 무성한데 아직 파란 잎새가 싱싱했다.
경험과 지혜에서 나온 옛말이 옳다는 것을 살다보니 하나하나 느끼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 않는가
두달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은 예전의 평온함을 거의 되찾은 듯 하다.
(구절초)
꽃에게 인사를 건네고
꽃과 얘기를 하고
나비의 수고를 지켜보며
선득하게 다가오는 바람에 허전한 마음을
무겁지 않을만큼씩만 덜어보냈다.
(벌개미취와 큰멋쟁이나비)
제일줄나방
손바닥보다 작은 컴팩트카메라를 들고
옥녀봉과 논두렁을 누비며
웃고있는 꽃마다 앞에 엎드려
눈맞춤을 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예쁘게 담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꽃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꽃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꽃의 마음이 될 수 있을까
(뻐꾹나리)
(방아풀)
(고마리)
(장구채)
(조밥나물)
(산부추)
(모싯대?)
(기름나물)
그래도 혼자걷는 산길은 때때로 쓸쓸하다.
자연은 위대하고 무궁무진한 치유력을 갖고 있다고해도....
이런 자연을 곁에서 같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요즘 내 맘은 일교차가 심한 가을 날씨를 닮았다.
찬바람이 서늘한 저녁같다가
짙은 안개에 휩쌓인 새벽이기도 하고
뜨거운 햇살 환한 한낮이었다가
또 다시 옷깃을 여미게 서늘해지는...
그래서 가끔 콜록이며 콧물 찔찔흘려대게 만드는....
(덜꿩나무 열매)
(영실이..찔레나무 열매)
(공원의 해국)
땀으로라도 자신을 덥혀야 할것 같아서 .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따듯해질 수 없을 것 같아서
매일매일 땀을 흘리며 옥녀봉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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