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9일 일요일
용현계곡~ 보원사지~ 개심사 (나홀로)
서산 4시발 원평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영락촌을 향해 들어가는 버스 차장츠로 보이는 푸른물결.
보는 이의 애가 타도록 바닥을 드러내보이던 고풍저수지는
어느새 푸른물결 일렁이던 제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아직 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듯 기슭의 맨땅을 드러내놓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약간의 부족함에서
알지못할 안도감같은 것을 느꼈다.
얼마든지 받아 내겠구나...한두번의 태풍쯤은 더 와도 끄떡없겠구나..하는
버려지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털어내며
언덕을 올라 능선에 올라섰다.
터벅터벅
한눈을 팔며 걸어도
넘어질 걱정이 없는 편안한 길이다.
하지만 때로는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황당하지만 그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능선에 올라섰을 때 앞에서 세명의 산행객이 마주오고 있었다.
인기척이 반갑기도 했지만 그냥 모른체 지나치려고 고개를 숙였는데 인사를 건네온다.
마지못해 인사를 건네면서도 기분이 씁쓸하다 웃음을
그냥 웃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생각에 .
능선에서 만난 스님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보현선원 곁을 지나기로 했다.
안거 기간이 아니어도 항상 잠겨있는 선원의 문
굴뚝을 타고 오르는 담장이넝굴이 예쁘다.
담장너머로 슬쩍 들여다보았다.
적막하리만치 고요가 감돈다
토방엔 고무신한켤레 놓여있지 않았다.
신발도 안거에 든 것인가
아니면 토방이 돌아앉은것인가.
산신각을 지나 개심사 경내로 들어서는데
새로 지은 건물의 황토색 벽에 햇살이 내려앉은 모습이
목백일홍 꽃과 어우러져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현판을 보니 경허당이다.
천장사에 가면 경허스님께서 정진하셨다는 한평남짓한 방이 있다는데
그 방에 비하면 너무 크고 말끔한 그 곳
경허스님께서 과연 뭐라고 하실지 궁금해진다.
신창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저수지 가장자리를 도는 새 도로가 생겨나면서
걷는 사람도 드물고 관리도 안되어
난간은 녹슬고 낡았지만
걷기에 운치있는 길이다.
그 다리끝에 사위질빵과 싸리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버스시간에 맞추기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신창저수지위로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홀로 걷고 싶을 때
이 길 개심사를 찾는다
버스로 찾아오기에 적당한 거리이기도 하지만
세속에 물들지 않은 호젓한 그곳에서
마음을 쉬고 싶은 때문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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