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9
소금에 절인 배추를 물에 헹구어
한 잎 뜯어 입에 넣는다.
날것의 생생함에 짭짤한 소금기가 함께 씹힌다.
맛이 고소하다.
활짝 펼쳐든 우산이끼 아래엔
어제내린 눈이 남아있는데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물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햇빛을 마중하며 하늘을 향해 자신을 키우던 날것들이
짜고 맵고 향기로운
소금을, 고추를, 마늘과 생강을 만나고
함께 세월을 견뎌온 무우며 파며
온갖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본래의 이름뒤에 김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그리고는 시간을 따라서 익어갈것이다.
문득 여자의 일생이 김치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누구 며느리. 누구 아내. 누구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새로운 이름에
모양이 변하고
색깔이 변하고
맛이 변해도
배추는.. 남아있듯이
여자도
그 본래의 이름과
여자의 속성은 변치 않는다.
올해는 내 몸이 힘들었던만큼
여늬해보다도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을것 같다.
배추밭옆 작은 도랑의 습지에 난 우산이끼숲의 아름다움도
함께 기억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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