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1일
조금 늦은감이 없지 않다.
네시를 넘긴 시간
간월호를 보고 돌아오기에 바쁘겠구나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남부교를 지나고
끝에 다다른 청지천은 해미천 하류와 만나 도당천이 시작되고
드디어 간월호를 만났다.
간월호에 이르는 동안
텅빈 논을 채운 쇠기러기들과
얕은 물에서 노는 오리들
때때로 홀로 나는 왜가리와 백로떼들 뿐
고니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다리에 도착했을 때
도비산이 커다란 한덩어리가 되어 했살을 등지고 돌아앉았다.
한무리의 고니가 조용히
석양을 지키고 있었다.
경계가 모호해져가는 시간
물 위와 물 속의 경계가 무너지고
간월호의 마지막 다리
나는 이 다니가 마음에 든다.
이쪽 길과 저쪽 길을
이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눈 높이를 낮춰
사방의 풍경을 가로막음이 없다
이 길에 새로 보수한 두개의 다리는 볼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올려다보며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가야하는 수고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눈 앞을 탁 막아서는 그 심보라니....
아무렇게나 놓여진 발효팩이
한무리의 고니를 닮았다.
2010. 12. 16일
가야산을 다녀오면서보니 석양이 멋질것같은 예감
일몰 볼 곳을 생각해보았으나
헬기장에 오르는것 말고는 마땅한데가 없다.
청지천변에 가보기로 했다.
일몰도 보고 고니도 보고....
찬란하게 빛나던 햇살은 도비산을 넘어가면서
구름에 가려졌고
어둠이 내려앉는 도당천에 고니들이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