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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잔인한 달 4월...정순왕후 생가

 

2010. 4월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어느 시인의 싯귀를

예전엔 그냥 흘려 들었었다.

나름대로 그 의미를 해석하기도 하고 되새겨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절실하게 그 귀절이 들어오지 않았었다.

잔인한 4월

내게 올 사월은 그렇게 다가왔다.

  

 

 

 

몇년전의  4월도 그랬었던것 같다.

사람의 인연이 비틀리면서 내게 씁쓸함을 안겨준.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꽃을 보러갈까?

문득 겨울어느날 개심사 다녀오면서 보았던 정순왕후 생가가 생각났다.

단아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었던 한옥..그 정갈한 마당을 거닐고 싶었다.

 

 

 

자전거를 달려 도착한 그곳은 수리공사로 뜰안이 어수선했고

아직은 삭막한 겨울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매화. 수선화. 산수유 등 봄을 알리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행랑채 한켠에 일하시는 분인듯 촌로 한분이 앉아계셔서 다른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새로 단장된 방에 마당을 향하여 난 작은 창문을 열어보았다.

 

 

 

딱 그만큼만

창문크기만큼만 보여주는

그 창밖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커다란 느티나무 그림을 한 점 걸어놓은 듯 하다.

 

 

촌로께서 문이 열려있을거라며 안채로 들어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대문은 잠겨있었다.

잠긴 대문이 날 거부하는것 같아 어쩐지 쓸쓸해졌다.

나에게 활짝 열려진 곳은 어디에 있는가

 

 

정순왕후생가에서 나와 김기현가옥으로 갔다.

마당에 자동차가 있어 사람이 있겠거니 싶어 조심스레 대문안을 살피며

 활짝 열려진 대문을 들어서니 강가지 두마리가 짖어대며 반길 뿐

인기척은 없었다.

누구라도 있었으면...

 

 

 

 

굴뚝에 비친 햇살이 따사롭다.

굴뚝은 매캐한 연기만을 내뿜는 곳이 아니다.

옛날 여인네들이 가슴의 한을 남몰래 풀어내는 곳은 아니었을까

울 엄마도

먼저 보낸 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굴뚝을 붙잡고 울며 풀어내셨다.

 

 

나오려는데 따라오던 강아지가 발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간다.

넓다란 마당..그 옆의 고무신 한짝  그리고 강아지의 뒷모습

뒷모습을 보는 일은 쓸쓸하다.

 

 

 

 

 

 꽃은 그냥 꽃이 아닌가보다.

매화는 뒷모습도 아름답다.

앞 뒤의 표정이 별반 다르지 않은

내 앞.뒤의 모습도 그렇게 닮을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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