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4. 21
신진도와의 첫 만남이 약속된 것은 내일이었다.
기상예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그녀가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비 소식이 있단다.
그래서 만남이 하루 당겨지게 되었다.
신진도항을 출발하며 본 두개의 등대
하얀등대는 초록색불을, 빨간 등대는 빨간불을 켠다고 한다.
등대주변엔 벌써 많은 이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배가 하루에 두번밖에 운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전 8시 30분
그리고 오후 5시
그러니 아침에 들어가면 오후 5시배가 들어올 때까지 꼼짝없이
섬에 갇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아홉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즐길만한 볼거리가 충분하니까
바다 한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바다를 지키고 있는 사자바위
가의도는 신진도항에서 뱃길로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출발한지 십여분이나 지났을까
왼쪽으로 비껴선 커다란 섬이 다가왔다.
선장님께 섬 이름을 물으니 가의도라고 하신다.
바로 코앞인데...이십분을 더 가야한단 말이지.
(멀리 독립문바위가 보인다)
사실 오늘이 가의도와의 첫 만남은 아니다.
기억도 나지않은 아주 오래전에
안흥항에서 가의도행 유람선을 탔었다.
바다의 봄바람은 4월이었음에도 얼마나 매섭던지
출발할 때 잠시 갑판에 나왔다가는 선실에 들어가
두문불출
돌아와보니 다시 출발했던 그곳 안흥항이었던것이다.
아무것도 본것이 없으니 가의도를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평일이어서인지 여객선에 손님은 여섯명뿐이었다.
선장이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몽돌이라든지 식물의 채취는 안되며
나올 때 배낭 속 까지 검사를 한단다.
그거야 기본이지.
붕~~ 뱃고동을 한번 울려주고 북항에 도착했다.
(노루귀)
이정표를 잠시 훝어보고는 독립문바위를 향했다.
육쪽마늘의 원산지 답게 마을주변의 밭에서는
마늘 이외의 것을 볼 수가 없었다.
촘촘히 심어놓은 마늘의 싹이
섬 안에 바다를 들여놓은 듯 푸르렀다.
(개구리발톱)
이름이 참 재미있다.
발도 아니고 발톱이라니
개구리에게 발톱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
소사나무길...
길 이름답게 길 주변에는 소사나무가 많았는데
작은 분재들은 익숙했지만 야생에서 보는 커다란 소사나무는 조금 낯설어보였다.
사량도에는 소사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는데
이곳은 이제서 쭈볏대며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현호색이며 노루귀. 복수초. 산자고.
주변에서 흔히 보아오던 꽃이지만
이렇게 군락으로 피어있는곳은 처음인것 같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꽃들의 천국이 있었다.
오늘 하루 이 꽃천국에서 천사가 되어볼까
(현호색)
(꿩의바람꽃)
꿩의바람꽃이 어찌나 실하던지
멀리서도 알아볼 수있었다.
(복수초)
내가 바깥세상에 무뎠던것일까
이곳의 봄은 생각보다 훨씬 무르익어 있었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윤판나물도 피었고
청보라빛이 강렬한 반디지치도 나를 반겨주었다.
가을이면 빨간 열매를 맺을 청미래덩굴 암꽃도
오늘 처음 보았다.
(윤판나물)
(반디지치)
(청미래덩굴암꽃)
사방에 꽃이니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모르겠다.
거기다 향 좋은 취나물도 뜯어야 하고
더러 보이는 고사리도 꺽어야하고
꽃들과 눈맞춤도 해야하고....
(보춘화)
독립문바위 가는 길에 송악을 만났다.
등잔같기도 하고
뚜껑달린 작은 옹기같기도 한
까맣게 익은 독특한 모양의 열매로 알아볼 수 있었다.
선운사쪽이 송악의 북방한계선이라는데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도 잘 견뎌내고 아주 싱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장벌의 탁트인 풍경을 배경으로 풀솜대가 꽃대를 밀어올리고 있었고
몽울몽울 꽃송이를 달고 있는 분꽃나무가
길목 곳곳에서 철없는 아줌마의 마음을 흔들었다.
신장벌로 내려서는 길은 꿈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듯
포근하고 평화로웠다.
(신장벌해수욕장)
가의도에서 백사장이 있는곳은 이곳이 유일하단다
독립문바위 근처의 바위에서 주민 몇몇이서 조새로 굴을 따고 있었다.
(독립문바위)
손이 닿을 수 없는 저 바위위에 방풍이 자라고 있었다.
향도 일품이고 건강에도 그만이라는 방풍이
저 위험하고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이유를 알것도 같다.
아마도 내가 버스를 탈 때
맨 뒤자리를 찾아가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
(돛단바위)
눈부시게 돋아나는 잎 사이로 작은 꽃송이가 맺혀있다.
참빗살나무의 봄인가보다.
잎이 고깔모양으로 말리는 고깔제비꽃은
제비꽃중에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화사하다.
산부추인가 했었는데 꽃송이를 보니 산달래인것 같다.
이곳엔 작은파보다도 더 큰 산달래가 밭을 이루고 있었다.
손으로 잡아당기면 절반은 뿌리채 딸려나오고 절반은 뿌리가 잘려져나갔다.
초행길이라 혹시나 느긋하게 놀다가 뱃시간을 놓칠세라
전망대쪽은 남겨두고 항구로 향했는데
너무 일찍 내려왔나보다.
밭둑에서 쑥을 뜯었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며칠동안은
뜯어온 취나물이며 고사리 달래를 밥상에 올리며
그곳을 생각할것 같다.
..........
내년 봄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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