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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새해 첫 산행....가야산

마중을 나갈 수 없으니 기다리는 수 밖에요

동해로 달려간 이들보다 ...

 새벽산을 오르는 수고를 마다않는 이들보다

 좀 천천히, 조금 늦게

그렇게 새해 해맞이를 하려 했었습니다.

 

(2011.12.27) 

 

그리고 수정봉과  눈쌓인 목장길을 천천히 걷고 싶었지요.

수정봉에서 옥양봉을 향한 내림길의 풍경

특히 늦은봄 그곳의 산빛은

제가 본 가야산의 풍경중에 제일 곱고 이뻤거든요.

늦봄이 곱고 늦가을의 풍경이 아름다우니

겨울의 풍경 또한 기대가 되었지요.

 

(2010. 5월       수정봉에서) 

 

 

새해 첫날

서설이 내리는데 산친구가 없네요.

새해 첫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생각하고 나설 채비를 하면서

딸아이에게 무심한척말을 건네봅니다.

 "함께 갈래?"

선뜻 대답을 하면서도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보면서 조금 주저하는 빛이 보이네요.

 

 

딸아이는 눈이나 비가 오면 꼼짝을 하기 싫어하거든요

"정말 가기 싫으면 말해..엄마 혼자 다녀올게"

억지로 데려왔다는 원망을 듣지 않기 위헤 한번 더 다짐을 합니다.

11시 30분 서산발 완행버스는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는 영락촌을 들러

용현계곡 깊숙히까지 들어오네요.

 보원사지 입구에서 내려 출발합니다.

 

(홍시가 아니라 곶감이 되는 감나무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한 풍경) 

 

딸과의 동행을 위해 수정봉은 미련없이 때어버리고

목장 오르는 길도 제일 짧은 길로 오릅니다.

인적없는 한적한 오름길엔

아직 산토끼도, 고라니도 걸음을 하지 않았네요.

 

 

 

 

대나무 잎에,  청미래덩굴의 빨간 열매위에,  굴피나무 열매 위에

소복소복 하얀눈이 쌓여갑니다.

봄을 기다리는 비목의 꽃봉오리 위에두요.

 

갑자기 길이 어디로 갔는지....

뚝 끊겼다가 저만치에 길이 보입니다만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겠네요.

훤히 보이는 능선을 향해 직진을 합니다.

덕분에 더 가깝게 오를 수 있었지요

철조망이 아니라 몸을 들이밀 틈새가 있는 문이어서 다행이었지요.

안그랬으면 딸아이의 볼멘소리를 들으며 되돌아나와야 했을테니까요

 

 

푸짐하게 철퍼떡 싸 놓은 쇠똥을 보았다면

딸아이가 질겁을 하였을텐데

그 길은 밟기가 미안할만큼 너무나 희고 깨끗합니다.

파란 초지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맑은 눈의 고라니 한마리가 놀라서 뛰어가네요.

 

 

 

 

 

목장을 벗어날 즈음 안개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가고 싶었던 수정봉과 옥양봉은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개심사 뒷산에서 바라본 수정봉)

 

(능선 오솔길) 

 

(옥양봉)

 

춥다는 딸아이에게 자켓을 벗어 얹어주고는

갈림길에서 덜덜 떨면서 컵라면과 빵으로 허기를 채우고

개심사로 내려섭니다.

참깨라면?...맛이 괜찮네요.

 

 

 

 

 

얼어붙은 경지

 

딸아이가 범종각 옆길에 얼굴을 그려놓고는

표정이 마음에 안든다는군요.

음...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그래도 제 눈사람보다는 좀...거시기 합니다.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여 고개내민 파란 하늘이 너무나 반가운데

옆에서 자꾸만 재촉을 합니다.

말을 잘 들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을것 같으니 서두를밖에요.

 

 

 

 

 

저 건너 목장에 소나무 세 그루가 보이지요.

몇년전 선물받은 나무랍니다.

왼쪽에 있는 소나무가 제 나무지요

나머지 두 그루도 임자가 있답니다.

행복이란 이런건가봅니다.

내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것을 보는 것 ^^*

 

 

오늘 신장저수지 길을 세번이나 가게 되었네요.

한번은 걸어서, 한번은 버스로 왕복.

 

 

지금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네요.

 그 길이 다시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