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6일
가야산 그 곳에 변산바람꽃이 피었을까?
갯버들은...
꽃을 볼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을 없을테고
꽃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산행을 하면 될터이고
그래서 가야산으로 향했다.
상가리로 들어서는데
아직도 흰눈에 덮인 가야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봄마중에 바빴던걸까
올해 눈산행은 이제 끝났겠거니 생각했다.
부지런하게도 아이젠을 정리하여 깊숙히 묻어두고 가볍게 길을 나섰는데...
저 햐안 눈 길을 어찌 걸을꼬?
얼음사이로 계곡의 봄은 졸졸 흐르고
꽃들은 낙엽속에 묻혀있나보다.
낙엽을 헤집어 놓으면 행여 추울세라
혹시 성큼하게 고개내민 녀석은 없을까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지만
아직은 만나야 할 때가 아닌가보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가야봉으로 직진하는 코스로 오름길을 잡았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하산하는 많은 산객들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걱정들을 한다.
험한 오름길을 택했다고. 조심하라고.
ㅎㅎ 우리 텃밭인줄도 모르고...
어쨌든 걱정해주는 마음들이 고맙다.
가야봉을 오름길의 찬바람은
능선에 오르자 오히려 포근했다.
볼 수록 포근하고 정겨운 산길이다.
어찌 걸을꼬 ..걱정했던 그 눈길은
몇번인가 휘청였지만 힘들이지 않고 지나왔다.
몸도 마음도 준비가 되어있었나보다.
오늘 내려가기로 정한 이 길은 상가리로 내려서는 제일 짧은 코스가 아닐까싶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이용하는 것 같은데
등산로가 아니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바위에서 주변 풍경을 즐기다 내려서는데
낙엽에 묻혀 길이 보이지가 않는다.
아~ 그래서 산길이 아니라는 안내판을 세워놓았나보다.
정상 능선의 눈길보다
수북이 낙엽이 쌓인 내리막길이 더 조심스러웠다.
그런 산길에는 이제 이력이 나서
상가저수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무슨 걱정이랴
무조건 치고 내려오니 식당가 바로 위로 내려섰다.
차량 회수를 위해 다시 계곡을 향하는데
식당의 물레방아연못 앞에
얼음성에 갇힌 붉은 단풍잎이 보였다.
지난 가을의 여운을 그대로 간직한채로 있었으니 행복한 겨울을 보냈지 싶다가도
또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지 못했으니 힘겨웠겠다 싶기도 하다.
내가 단풍이 아니니 그 맘을 알길 없으나
요리조리 들여다보는 내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맑은바다님과 둘이 12시 서산출발
상가리~ 가야봉~ 중간~ 석문봉갈림길~ 상가리 대략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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