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겨울같은 봄날에...가야산

2012. 03. 11.

겨울보다 추운 봄날에

 

 

오래전

갑사에서 연천봉 오르는 계곡에서 

채 녹아내리지 못한 맑은 얼음을 보면서

착하디 착한 친구가 말했다.

"얼음처럼 사람마음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시끄러운 속을 어찌 보인단 말인가 

 

 

 

산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봄마중을 할 생각이었다.

변산바람꽃의 봄을 함께 즐겨야지.

 

 

 

계곡 입구 소나무 아래

얼음꽃이 피어 햇살에 눈이부시다.

눈에 보이는 절반만이라도 사진에 담을 수 있다면.....

 

 

 

이 얼음꽃을 피우기 위해

서로 부둥켜안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눈물 한방울 한방울이 꽃이 되기까지

얼마나 떨면서 기다렸을까

 

 

 

나무 줄기도

푸른 잎사귀도

통째로 가둬버린 얼음꽃

 

 

 

오늘 지나면 또

속절없이 눈물 뚝 뚝 녹아내릴테지

그리고

내게서 잊혀질테지

 

 

 

애처로운 변산바람꽃과 잠시 눈맞춤하고 산으로 향했다.

갑작스레 합류하여 먼저 산으로 오른 일행들과의 조우는 생각지 않기로 했다.

원점에서 만나지겠지.

 

제일 만만한 헬기장으로 올라 가야봉을 오르는데

먼저 간 일행이 석문봉에서 기다리겠단다.

걸음이 바쁘다.

하늘은 맑고 높고 푸르고

찬 바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