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31일
나홀로산우회 회원 41명과 함께
주작산자연휴양림~ 오소재 10km 5시간
꿈조차 꾸지 않았던 산이었다.
베란다 한구석에 쳐박힌 밀린 빨래처럼
언젠가는...언젠가는...하면서
뒤로 미루어둔 산이었다.
그 산을 가기위해
점심시간 한시간을 논두렁에서 헤메었다.
쑥이 보이면 쑥을 뜯고
민들레가 보이면 민들레를 뜯고
꽃이 보이면 꽃 사진을 찍으면서 보낸 그 시간이
내가 벌써 산길을 걷고 있는 듯 행복하고 설레었다.
언니야
종주 하자
언니들은 충분히 할 수 있어
자꾸만 꼬드기는 푸른솔님에게
"우린 내려와서 노승봉까지 갔다 올겨" 했더니
코웃음을 친다.
코웃음을 치지 말던지 종주를 하자고 꼬드기지를 말던지 할것이지.
(난농장에서 첫 오름길로 접어들며)
덕룡산 들머리에 내린 종주팀들이 계곡의 작은 다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며
주작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날개를 펼친 듯 덕룡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 걷지 못할것을 알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저를 찾아 다시 오라는 유혹인가
서봉, 동봉, 덕룡봉이라는 이름의 봉우리가 어디인지 짚어낼 수는 없지만
대충 짐작으로 가늠해본다.
한쪽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직접 타고 날아봐야지.
오늘 주작의 한쪽 날개는 이렇게 보는것만으로 만족해야했다.
주작산 자연휴양림은
휴양림이라기에는 숲이 너무 빈약해보였다.
편백나무도 식재한지가 얼마되지 않은 듯
곧고 시원스런 모습을 보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것 같았다.
휴양림의 임도를 걸으면서
살짝 아쉬움 마음...
주작의 머리에 해당한다는 주작산으로 오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 능선길에선 주작의 양 날개를 펼친 모습이 시원스레 보일것만 같았는데...
본래 굼뜨고 느린 사람이 비슷한 친구를 만났으니 걸음은 자꾸만 느려진다.
기다려준 동행을 만나 사진 몇장 찍으면 또 저만치 한봉우리 앞서 걷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고맙다
종주팀들은 지금 몇개의 봉우리를 넘었을까
입구에서 능선을 보여주던 덕룡산은 모습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다.
어려울거라 짐작은 했지만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이니 좀 수월하겠지 하고 말이다.
야생마처럼 거친 바위봉우리들이 이렇게 불쑥불쑥 앞을 가로 막을줄이야
항상 한봉우리 앞서 걷는 일행들의 뒷모습을 쫓으며
봉우리를 넘고 또 넘었다.
점심을 먹고 일어서는데
선두팀이 난농장?에서 점심중이란다.
벌써....
장거리 달리기에서 보던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설마.....???
두륜산은 언제부터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투구봉 가련봉 고계봉까지
병풍처럼 사진속에 떡 하니 자리잡고 비켜주지를 않는다.
투구봉도 언젠가는 가봐야지.
기러기님의 포즈와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서리하다 들켜서 도망가는 것 같은 ^^*
이제 거의 끝이 보이는것 같다.
암봉이 사라지고 푸른봉우리 두개만 넘으면 될것 같았는데
마지막 암봉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다.
주작산 바위들아 이제 안녕
폭이 넓은 계단을 내려서며 짧은 다리를 탓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인사를 한다.
지나가는 산행객이려니 뒤돌아보니
......
설마했던 일이 벌어진것이다.
얼굴이며 옷에 허연 소금기가 배인 장정 넷이 바람처럼 걸어온다.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겠지.
서로 즐거움을 찾는 대상이 다를 뿐.
(바위솔종류)
(이제 곧 피어나겠지..진달래꽃봉오리)
뒤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여유롭게 산을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꽃들과도 마음껏 놀고
바위에서도 마음껏 즐기고
너무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다.
(사방오리나무 암꽃)
(사방오리나무 수꽃)
(남녁에서 만난 제비꽃)
(산자고)
사스레피나무...." 난 사서 쓰는데 여기오니 천지네" 꽃집을 하는 후배의 말이 생각난다.
꽃 향기가 고약하단다.
콩짜개난인줄 알고 무진 반가워했는데....콩짜개덩굴이란다.
주걱모양의 포자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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