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었던것같습니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것은
저 산밑에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분명 돌이었습니다.
봄볕에 그을러 거무튀튀해진
아버지의 얼굴빛을 닮아서일까요
어서 달려가 동석산의 거대한 바위 품에
푹 안기고 싶습니다.
오래된 낡은 종이 매달려 있는 종성교회를 지나
진달래가 피어있는 산길을 십분여 오르니
거대한 바위가 떡 하니 앞을 가로막습니다.
앞을 막아서는 그 무엇이 있을 때
제가 아는 것은 두 가지 방법 뿐입니다.
돌아서 피해가느냐
아니면
부딪쳐 뚫고 나가느냐
(누군가 산행기에 공중부양하듯 쉽게 오른다고 표현을 했네요. 전 힘들었는데..^^*)
여럿이 힘을 합치니
어느덧 두려움을 떨치고 밧줄을 잡고 올라섭니다.
"이런 델 왜 오자고 했니~~
내가 온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했어야지~"
사색이 된 친구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안전장치가 다 되어 있다는 말만 듣고 친구에게 동행을 청했으니...
그래도 잘 걸어준 친구가 고맙기만 합니다.
산 아래의 유채밭이며
논에 파릇파릇 자라는 보리는 분명 남녁이 봄임을 말해주는데
동석산엔 아직 봄이 멀어 보였었지요.
그러나 봄이 분명했습니다.
바위틈을 비집고 진달래가 환하게 웃고 있었거든요.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직접 그 안에 들어가 부딪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것 같습니다.
동석산의 봄이 그랬고
저 사다리가 그랬습니다.
만만해보였지요.
"발이 안 떨어져" 하는 친구의 말을 듣고도
겁이 많아서 그려러니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올라서기에가 정말 힘이 들더라구요.
조심하기만 하면 많이 위험하지는 않은 곳인데도
마음속의 두려움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이 코스에 사고가 잦자 행정기관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등산로를 폐쇄하고
천종사 쪽으로 우회하는 오름길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억지로 막으면 더 하고 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지요.
안전하게 우회 하도록 안내는 하되
안전장치는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매년 몇명씩 사망사고가 나는 세계의 고봉들도
그런 이유로 등산을 막지는 않으니까요.
어떤이들은 평지를 걷듯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어떤이들은 한발한발을 조심스레 옮겨 놓습니다.
천종사 오름길의 전망대가 보이네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야 할 길입니다.
음... 배경 좋고 모델 좋고 ^^*
두건을 뒤로 묶는 순간포착을 친구가 멋지게 해 주었네요.
내려다 본 천종사...하트모양의 작은 연못이 아주 예뻐보입니다.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저 까마득하게 거대한 바위를
잘도 올라갑니다.
바위틈 곳곳에 나무들이 자라는것을 보면
저 바위도 살아있음이 분명합니다.
꿈도 꾸고 노래고 하고 그러겠지요.
길에서 살짝 비껴서서 올라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늘과 땅 모두에 속해있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하늘도 땅도 살아움직이고 있네요.
지나온 길과 그 뒤에 배경이 되고 있는 바다풍경... 아름답습니다.
내림길에서 무슨 일인지 많이 정체가 되는군요.
올려다보며 일행을 따라 그냥 통과하려던 봉오리를 잠깐 다녀와도 될것 같아
헉헉대며 올라섰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암봉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네요.
내려오니 일행들이 앞자리에 끼워줍니다.
저 능선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누군가 앞서 갔다면 따라 갔을지도 모르는데
아무도 갈 생각을 하지 않는군요.
해발 219m
저 만만한 높이의 산을 참으로 힘겹게 올라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후미에서 함께 걸어주는 분들이 계셔서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었지요.
옆집 언니같이, 뒷집 오빠같이 참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사람들입니다.
가야할 길을 바라보며
진달래꽃 아래서 점심을 먹었지요.
밥맛이 좋은 걸 보니 견딜만 했나봅니다.
때로는 사람이
때로는 밧줄이
오름길에 큰 힘이 되어줍니다.
이제 암봉지대가 끝나고 길옆에 핀 꽃들에게도 눈길을 돌릴 여유가 생겼고
걸으면서 풍경을 둘러 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작은 포구의 아담한 마을도 참 예쁘지만
바다로.. 산으로... 마을로 통하는 구불구불한 흙 길이
너무 정겹습니다.
뛰어내려가 맨발로 걸어보고 싶어지네요.
이름을 알 수 없는 덩굴너머로 큰애기봉의 전망대가 보입니다.
오늘 저곳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합니다.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 몇분을 만났지요.
함께 걷던 일행들도 전망대는 포기하겠다고 하네요.
100여미터라 하니 다녀올 생각으로 천천히 오르는데
한명 두명 결국에는 모두 다 올라왔네요
참으로 말도 잘 듣는 선배님들이십니다.
서면 바다가 다 가려질것 같아 뒤돌아 앉으라고 하였더니
천진한 아이들처럼 하나 둘 앉아 바다를 보고 있네요.
보는 곳은 달라도
저들 모두는 지금 무척 행복할겁니다.
내려오는 길에 많은 꽃들을 만났지요.
금창초와 장딸기는 뜻밖의 만남이라 더 반가웠답니다.
세방마을로 내려와 다섯시간의 산행을 끝냈습니다.
진도대교가 바라보이는 휴게소에서 잠시 풍경을 즐겼지요.
다리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저 다리가 뭍과 섬을 연결해주듯이
때로는 산이
때로는 꽃이
그리고 때로는 그 다른 그 무엇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기도 하지요.
그 다리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낡는 법이 없지요.
동석산
내겐 또 하루의 행복한 오늘로 기억될겁니다.
2012. 4. 12일 목요일
종성교회(10시 50분)~ 동석산~ 석적막산~ 큰애기봉~세방마을 산행시간 약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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