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우리집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아주 귀한 손님입니다.
반갑기도 하구요.
그런 손님을, 대접은 커녕 수장시킬뻔했지뭡니까
익사 직전에 간신히 목숨을 구했습니다.
바로 무당벌레 3형제입니다.
이름은 잘 모릅니다.
맏형은 16점무당벌레? 둘째는 홍점무당벌레? 막내는 애홍점무당벌레?
그냥 혼자서 들어본적이 있는 무당벌레 이름을 갖다 붙입니다.
(드물게 보이는 참~한 우리의 민들레입니다)
뜯어 온 민들레를 따라 우리집까지 오게 되었나봅니다.
그들이 느꼈을 당황스러움을 짐짓 모른체 하며
식탁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꼭 소인국에 온 걸리버가 된 기분입니다.
무슨 대단한 능력자나 된듯이 느긋하게
허둥대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창문밖으로 내 보냈지요.
(봄맞이꽃)
요즘은 문밖에만 나서면 어디서든지
일용할 양식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쌉싸름한 풀밭의 민들레 한줌 뜯어다 무치고
점심시간에 잠깐의 수고로
한접시의 향긋한 쑥 부침개를 식탁에 올립니다.
남은 한줌은 살짝 데쳐 계절이 지난 다음에 봄이 그리워지면 먹으려고
냉동실에 꽁꽁 얼려두었지요.
(점나도나물)
알고보니 만병통치약인 긴병꽃풀은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하여 벼르고 있는데
아직 그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요즘에는 제초제를 주는 곳이 많아 아주 조심을 해야 합니다.
동네아주머니가 귀뜸을 해 주시더라구요.
엊그제 약을 쳤으니 당신 집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구요.
(하트모양의 꽃잎이 사랑스러운 벼룩나물)
(자주광대나물)
특히 요즘은 긴병꽃풀의 향기에 매료되어
아침마다 한줄기씩 뜯어 코에 대고는 킁킁거립니다.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향기롭고 행복합니다.
(긴병꽃풀)
쑥을 뜯다보면 이런 애들도 보입니다.
쇠뜨기 생식경이지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예쁩니다.
저 커텐속엔 무엇이 숨어 있을까요?
( 피사의사탑처럼...)
운이 좋으면 쑥 옆에서
한무더기의 달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런날의 저녁상엔
향긋한 달래 된장찌개가 올려지겠지요.
(꿩의밥)
오늘도 아침엔 머위 한줌 뜯어 점심상에 올리고
점심에 쑥을 뜯으러 나가서는
꽃과 나비와 새하고 놀이하다 왔네요.
조개나물
몸에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재미에
마음에 일용할 양식은 구석에 밀쳐둔지 오래되었네요.
썩지 않는 양식인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며
흘깃 훔쳐볼 뿐.
(양지꽃)
오늘은 마음에도 한숟가락
일용할 양식을 먹여야 할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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