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았을 것이다.
도라지도.
바람에 흔들리며 다시 일어서며
온몸으로 맞았을 것이다.
우산을 받고 거리로 나오기전에
바지가랑이를 무릎게까지 걷어 올렸다.
무우처럼 참 튼실하고 굴곡없이 생긴 덕분에
종아리를 내놓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한나절을 축축하게 있는것보다야 나을것 같았으니까.
빗소리가 경쾌했다.
후두둑 후두둑 우산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지붕의 골에 모여 폭포처럼 쏟아지는 빗물소리
쿨렁쿨렁 수로를 따라 흐르며 부대끼는 소리
발밑에서 찰박대며 튕겨오르는 소리
발가락이 불어 쭈글쭈글해져도
하루종일 이렇게 철벅대며 걸었으면 좋겠다.
하루종일 바람속에 나무로 서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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