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8일
옥양봉갈림길~ 옥양폭포~ 석문봉~ 가야봉 못미쳐 갈림길~ 상가리
가도 될까?
산에 가자고 연락을 해온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쳐다본다.
가도...될까?
사실 그건 나 자신에게 던진 물음이었다.
어찌어찌 알음알음으로
한사람 두사람 모이다보니 열사람이 넘는다.
두달을 걸렀을 뿐인데
함께 산행한지가 꽤 오래된것처럼 느껴진다.
엊그제 내린 비로
계곡엔 맑은 물이 흘러 넘쳤다.
소리만으로도 온몸이 서늘한 기운에 감싸이는 듯한 느낌이다.
옥양폭포까지 열심히 일행들을 따라가다가
잠시 물길에 한눈을 팔고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어디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가끔 목을 길게 빼고 위를 쳐다보지만...없다.
어차피 끝 지점에서 다시 만날터이니
나만의 산행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나니
오히려 그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기다려주었다면 그들을 따라가느라 앞만 보고 걸어야했을테니 말이다.
가는장구채
물가의 돌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어서니
바로 위에 능선이 환하게 보였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올라서니 미역줄나무가 반겨준다.
꽃보다는 열매가 더 맘에 드는 나무이기도 하다.
나비대장님께서 미역줄나무에 앉은 대왕팔랑나비를 만나고 오셨던데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기다려볼것을....
미역줄나무
겨우 석문봉에 다다르니 쉬고 있던 일행들이 일어서고 있었다.
9월초에 오산종주를 기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 예비연습이라며 바위길로 안내를 했다.
오르는 바위길은 위험하지 않지만 내려가는 바위길을 보니
그건 아무리 봐도 내가 갈 길이 아니었다.
내 길로 내려와 일행들을 쳐다보니 보기만해도 아슬아슬하다.
돌양지꽃
시골처녀나비
바위에서 나비와 노린재와 시름하는 사이
일행들은 다시 멀어졌고..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렇게 예쁜 녀석들을 모른체하고 그냥 갈 수는 없지않는가
나뭇잎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지나던 산행객이 뭘 보고 있느냐고 묻는다.
광대노린재
광대노린재
석문봉 아래서 인절미를 나눠주시던 나그네님은 부인을 우회길로 보내고 바위길로 향했다.
나 역시 바윗길로 향했다.
이 암릉길은 가야산 능선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윗길이기도 하다.
이쪽저쪽으로 확트인 시원한 조망이 정말 아름다운 곳
계곡으로 내려와 물에 발을 담그니 발이 시릴만큼 물이 차갑다.
푸짐하게 차려진 점심을 간단하게 마치고
또 다른 친구들을 찾아 계곡길을 올랐다.
줄나비
한줄기 햇살에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는 나뭇잎
가도 될까?
산은 내게 한줄기 햇살이다.
그러니 올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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