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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안개속을 걷다..... 팔봉산

 

 

 

 

 

주말 이틀동안은 엄마로서만 살기로 했으니

참는 수 밖에 없었다.

자식을 위해 내 모든걸 바칠 수 있는 그런 헌신적인 엄마는 못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세번째 일요일은 피해서 집에 왔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기어이 하고야 말았다.

 

 

 

 

 

 

 

 

 

 

 

 

딸아이를 배웅하며 아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날씨를 믿을 수 없어 우산과 스틱을 챙겨들었다.

비가 와도 갈 생각이었으므로.

하지만 그녀는?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손목에서 덜렁거리는 스틱의 거추장스러움을 핑계삼아

다시 돌아와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역시 잘 통하는 친구다

 

 

 

 

 

 

초입 오솔길

노루오줌의 분홍빛은 안개속에서도 선명했지만

내 안에서 꽃이 흔들렸다.

어쩌면 꽃은 내게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흔들리고 있는 것은 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것을.

그리고 저 자신도 흔들리면서 피어났다는 것을.

 

 

 

 

 

 

안개에 쌓인 호젓한 숲길에

똘 똘 똘....흐르는 물소리만이 청아하다.

거북이가 이리 세차게 물을 내뿝는 모습도 여태껏 본적이 없다.

 

 

 

 

 

 

여늬 산마다 정상석이 없는 산이 없는데 팔봉산엔 그것이 없어 아쉽다...라는 소리를

얼마전에 들은것 같은데

이리 귀여운 정상석이 여덟개의 봉우리마다 세워졌다고 한다.

자연스런 돌멩이였으면...

하지만 나름 귀엽다.

일단 아담한 크기가 맘에 든다.

 

 

 

 

 

 

 

우럭바위

 

 

 

 

 

2봉 정상석은 어디에 놓여 있을까 ?

동행한 그녀와 상상을 하며 올라왔는데

내가 상상했던 자리는 아니었다.

음~ 1봉과 고도차이가 꽤 나는군

 

 

 

 

 

 

 

 

 

 

 

 

 

 

 

 

 

 

 

 

 

 

 

안개 너머 보이지 않는 풍경들이 그립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것이 아니듯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 맘속에서조차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안개속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가보다

 

 

 

 

 

 

 

 

 

 

 

 

 

 

 

 

 

 

 

 

 

 

 

 

배경을 가려버린 안개는

가까운것들끼리 더 가깝게 만들었다.

돌은 돌들끼리

나무는 나무들끼리

친구는 친구끼리...

 

 

 

 

 

 

 

 

 

 

 

 

 

 

 

 

 

 

 

 

 

 

 

 

여덟개의 봉우리 정상석을 모두 확인하고 싶었지만

너무 호젓한 날씨가 발길을 되돌리게 했다.

운암사터의 속단은 언제쯤 피어날까

그때쯤 다시 와봐야겠다.

 

 

 

 

 

오늘 내게 반가운 소식 하나

시내버스가 하루에 두번 양길리주차장까지 운행을 한단다.

10:05분,  13시 2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