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7일
즉흥적으로 길을 나선 후배부부의 갑작스런 호출에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부부가 가는데 눈치도 없이 왜 따라나서냐고
후일담을 들은 친구가 한마디 한다.
이렇땐 눈치가 코치인것도 한몫을 한다.
덕분에 보고 싶었던 갑사의 가을을 보았으니 말이다.
"데리고 가줘서 고마워^^*"
봄과 여름도, 그리고 가을도
내가 본 갑사의 계절은 언제나 고즈넉했다.
겨울의 갑사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역시 고즈넉한 풍경일것이다.
눈길을 확 사로잡을만큼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단풍이 곱구나 적당히 눈길을 건넬만큼이어서
함께 걷는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기에
딱 좋을 그런 정경이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에
갑사의 오리숲에서는
사람은 사람끼리, 낙엽은 낙엽끼리
서로 끼리끼리 나즈막한 소리로 소곤대며 이갸기를 나누는듯.....
사천왕문을 지나면서 바라본 사천왕상
어렸을적에는 무시무시한 표정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사천왕상이
이제는 익살스럽고 귀여워보이기까지 하니
내가 나이를 먹기는 먹었나보다.
부부 아니랄까봐 노~란 우산에 빨간 자켓까지 똑같이 차려입은
부부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대웅전 앞에서 산사음악회 준비로 부산한 모습을 보면서
한켠에 준비된 천막으로 향했다.
음식이 준비된 줄도 몰랐었는데
우리 뒤에 오던 꼬마를 동반한 가족 덕분에 먹을 수 있었던 떡국이었다.
버섯으로 진하게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후배부부가 떡국값을 제대로 시주하기는 했지만서도....
오랫만에 만난 갑사에는 낯선 풍경들도 있었고
산사음악회 때문에 절집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기에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고맙고 유쾌한 사람들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