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6일 일요일
한솔산악회 회원 35명과 함께
토요일에 일이 없었다면 아마도 설악산의 한귀퉁이를 돌고 왔을지도 모르겠다.
일요일의 산행지를 살펴보니 대야산을 가는 산악회가 있었다.
대야산은 전부터 언젠가 한번은 꼭 가보고 싶었던 산이었다
왜 대야산에 가고 싶은지 이유를 대라면 뭐라 설명할 수는 없다.
한국의 100대 명산의 하나라서도 아니고
백두대간의 줄기를 이루는 산이라서도아니고
보고싶은 야생화가 그리 많은 산도 아닌데
왜...?
아마도 장쾌하게 펼쳐지는 조망과 암릉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뭏든 가고 싶었던 대야산이었는지라
반가운 마음으로 신청을 했다.
산이 좋아서 신청을 한 것이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별 상관이 되지 않았다.
오고 가는 길에 말 걸어주는 이가 있으면 얘기를 하고
그도 아니면 혼자 창밖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도 좋으리라
가끔은 꾸벅꾸벅 졸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작은 중소도시에 살다보니
그래도 낯익은 얼굴들이 몇몇분 보였다.
8년 대선배님부터 2~3년까지 고향의 선배님들도 몇분이 계셔서
산행길에 요모조모 챙겨주시니 고마웠다.
산행들머리인 용추골 입구까지 세시간정도 걸렸나보다.
열시 20분에 주차장을 출발했다.
아마도 산행을 안내하시는 분이 산행을 아주 잘 하시는분인지
오후 3시까지 내려오란다.
다섯시간이면 충분할거라면서.....
바위산을 이 날씨에...
여러 산행기를 미리 살펴보았지만 내 걸음으로는 그 시간에 맞추기가 힘들것 같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뭐... 열심히 걸어보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겠지.
다가오는 장마전선 때문인지 바람도 없는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지만
계곡을 끼고 걷는 산길로 접어들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며칠전 비 소식이 있을 때
비가 좀 제법 내려주었으면 하고 바랬었는데
물 소리는 시원했으나 수량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용추폭포도 조용히 흘러내려 소리없이 소에 섞이었다.
아래사진 오른쪽 밧줄옆의 흔적이 용이 승천하면서 남긴 비늘자욱인가
일행들을 따라가느라 용추폭포 아래에는 내려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윗쪽에서 겨우 사진 두장을 찍고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내려오면서 월영대를 들러봤으나
이름만큼 운치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달빛이 비취면 어떻게 변신할까 궁금하다.
밀재까지는 그다지 급경사 없는 완만한 길을 계곡을 끼고 걸었다.
숙은노루오줌인지 몇송이 보였고
드문드문 꿀풀과 떨어진 다래꽃을 보았을 뿐
야생화는 별로 없었다.
그것이 내게는 다행한 일이었다.
야생화가 많았다면 산행이든 꽃이든 둘 중의 하나는 포기해야 했을테니까 말이다.
처음 계획은 피아골로 올라서 밀재로 내려오려고 했었는데
피아골이 가파라서 오르기 힘들다고 밀재로 오르기로 했다.
이제부터 경사도가 제법 되는 산길이 시작되었다.
길 옆으로 비켜선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고
암릉이 시작되었다.
그다지 험해보이지 않으니 일단 바위로 올라섰다.
아마도 첫번째 대문바위인가보다.
첫번째 대문바위에서 바라본 이 봉우리는 어디지?
사진으로만 보던 중대봉의 대슬랩은 보이지 않고
대야산 정상인가?
눈 뜬 소경이 따로 없다.
시원스레 펼쳐진 산군들의 이름을 하나도 불러줄 수가 없지만 그래도 좋았다.
산들은 이름을 얻기 전부터 저기 저 모습으로 그곳에 있었을테니.
그저 멋진 풍경에 가슴까지 뻥 뚫리는 시원함.
사람들이 쉬고 있는 뒷편으로 가니 이런 조망이 펼쳐졌다.
맨 뒤의 희미한 능선이 속리산인가보다.
다른이의 산행기에서 보았던 톱날같은 능선.
그런데 정신이 번쩍나게 하는 말이 들려 느긋하게 조망을 즐길수가 없다.
정상을 포기하고 여기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에이~설마~~~ 농담이겠지.
그런데 모두들 심각하다.
3~40분만 가면 정상이라는데.
"저는 정상에 가고 싶은데요" 했더니
좀 젊은 회원과 다녀오란다.
부담백배...
가? 말어?
가고 싶은데...
가면 약속한 시간에 맞추지 못해요.
정상석 붙잡고 사진한장 찍자고 가고자 하는것은 아닌데....
그래도 가고 싶다.
대야산 정상에서 산은
어떤 산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잠깐의 망설임 끝에 여섯명이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선두는 벌써 저만치 앞서 모습이 보이지 않고
앞서걷던 한분이 가끔씩 뒤도 돌아보지 않고 쉬면서
내가 따라가면 또 출발을 하곤 했다.
멋진 조망을 살피며 즐길여유도, 그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댈 수도 없었다.
그래도 아쉬워 드문드문 한장씩.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멋진 바위능선이 보이는데
아마 시간여유가 있었다면 저 바위능선을 끙끙대며 걸었으리라
저 건너로 보기만해도 멋진 중대봉의 대슬랩이 보였다.
그곳은 차마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서
다른 산행객에게 사진 한장 부탁했다.
저 바윗길도 걸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상너머로 허옇게 보이는 바위산이 희양산이라고 했다.
함께 온 회원을 세워놓고 정상과 중대봉 대슬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한장 찍어드릴까요? 하고 물었다면
못이기는척 한장 찍었을텐데....
바로 코앞인듯 보이던 대야산 정상은
그리 호락호락 오름을 허락하지 않았다.
바윗길을 몇번을 오르고 내려야만 했는데
순간적인 힘을 요구하는 바윗길은 육산을 걷는것보다 몇배로 힘이 들었다.
혼자서는 조금 힘든 구간도 있어 마주오는 산행객들이 도와주기도 했는데
서로 도와주지 않으면 산길의 통행이 막히곤했다.
마사가 엷게 깔린 바윗길이라 미끄러지는 산행객들도 여럿 있어
조심스레 올라야만 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밀재에서 올라오는 바위능선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쪽저쪽 둘러볼새도 없이
사진한장 찍어준다며 정상석앞에 세우더니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발길을 서둘렀다.
내려오는 길에 대문바위 그늘아래서 점심을 먹고
시간이 늦어 탁족은 생각도 못하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인솔자가 잠시 시간을 주었다.
용추폭포아래 담겨있던 그 푸른물이겠구나 생각하며 발을 식혔다.
예정보다 한시간 초과
여섯시간만에 산행을 끝냈다.
용추~ 월영대~ 밀재~ 대야산정상~큰대문바위~ 삼거리~ 월영대~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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