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8일
여덟시 조금 못미쳐 입석분교에서 출발하면서
몇시까지 내려와야 할지 시간을 가늠해봅니다.
산행시간 일곱시간이면 오후 세시까지는 내려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그런데 결과는....
날머리를 나오면서 시간을 보니 딱 여섯시간이 걸렸네요.
나홀로에서는 꼴찌지만아 그래도 이만하면 중간은 되는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뿌듯합니다.
옥양폭포 아래 날머리에 백악산을 다녀갔을 각 산악회의 빽빽히 걸려있는 표지기들 중에
유독 나홀로산우회의 산뜻한 표지기가 눈에 띄이네요.
두개를 찾았는데
하나는 회장님께서, 그리고 하나는 등반대장님께서 달아 놓으셨을거라 짐작해봅니다.
등산로 입구를 지키는 아저씨의 표정이 너무 편안해서 한장 찍어봅니다.
대부분 손사래를 치며 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살짝 미소까지 지어주시네요
단체사진에 등산로 안내판이 꼭 나오게 찍어달라시던 주몽님
마침 제 옆에 계시기에 안내판과 함께 한장 ^^*
편안하니 널찍한 길을 걸어가는 발걸음들이 가볍습니다.
길가에 영글어가는 대추와 밤송이들..
곱게 핀 나팔꽃과 코스모스가 살랑살랑 가을내음을 풍기네요.
자꾸만 자꾸만 내 앞에서 멀어져가는 일행들....
그러나 발걸음을 돌려 되돌아오는 일행들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
이럴땐 늦는것도 한몫하네요.
조림해 놓은 듯한 작은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이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됩니다.
작은 계곡의 물소리와 발자욱소리, 사람들의 정다운 목소리
그 어느것하나 다른 것에 묻히지 않을만큼 각자의 소리를 내는 산길 풍경이 평화롭고
연 꼬리처럼 길게 늘어서 걸어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잔잔한 물소리를 듣고 싶으셨을까요?
설까치님께서 잠시 걸음을 늦추시네요.
몇번을 산행을 같이했지만 설까치님과도 초롱이님과도 오늘 처음으로 말을 텄습니다.
나이들어서 참 좋구나 하는 것들 중에 하나는
뻔뻔해질수 있다는 겁니다.
황새걸음 부러워하지 않고
뱁새걸음 슬퍼하지 않고
내 걸음대로 갈 수 있는 뻔뻔함.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어떨때는 그것이 용기를 필요로 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 백악산
마지막으로 뻔뻔한 산행을 해보자 생각하며 따라나섰지요.
B코스가 없는 산행을 따라나서는 것은 이번으로 끝내기로 하고 말이지요.
백악산 검색을 해보면서 너무나 멋진 조망에 산행을 포기할 수가 없었거든요.
이제부터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열심히 걸어보렵니다.
한참을 홀로 걷다보니 어디선가 수런수런 이야기소리가 들려옵니다.
등로를 약간 비껴서 정말 멋진 조망터에 일행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래는 낭떠러지요.
낭떠러지 앞으로는 바위가 많은 낙영산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져있습니다.
다른이의 산행기를 살펴보면서 무슨산 무슨산 열심히 들여보았건만
다 잊어버리고
산길을 걸으면서 알아볼 수 있었던 산은 낙영산과 대야산 그리고 묘봉과 관음봉 문장대 뿐이었네요.
초롱이님과 와우현아님
부처바위 앞의 설까치님과 불사랑님
우회해서 올라온 어느 조망터에서
산길에는 하얗게 핀 구절초와 산부추 분취가 많이 피어 있었지만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못했네요.
아마도 더 이상 뻔뻔해질 용기가 부족했나봅니다.
너무 뒤떨어지지 않도록 가끔씩 큰소리로 잡아당기는 회장님의 목소리를 따라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새 대왕봉 갈림길에 도착했지요.
앞에는 몇몇 일행들이 벌써 대왕봉에 다녀오셨는지 길목을 지키고 계시는군요.
대왕봉을 향해 사선으로 가로질러 가려는데 자꾸만 불러올립니다.
일단 일행들을 향해 올라섰다가 대왕봉으로 향합니다.
오면서 조금 고민을 했지요.
대왕봉을 가야하나 그냥 통과해야하나.
그러나 언제 백악산에 또 올것 같지도 않고
대왕봉에서의 멋진 조망이 눈에 떠올라 그냥 갈 수가 없었답니다.
아직도 대왕봉쪽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와 안심이 되기도 했구요.
대왕봉 오름길에 돌아나오는 백호님과 장미허브님을 만났지요.
산길에서 만난것이 반가워 뒷모습이라도 붙잡아봅니다.
대왕봉에서는 아직도 분주하네요.
가야할 암봉과 백악산
그리고 멀리 묘봉과 속리산의 멋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묘봉 능선을 올려다보며 가슴설레던 때도 생각나구요
눈길에 올랐던 문장대에서 바라보던 풍경중에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 백악산도 있었겠구나..
속리산 천왕봉은 어딘지 회장님께 여쭈니 문장대 뒤쪽 능선이라 보이지가 않는다네요.
사진을 많이 찍어주신 센스맨님 고맙습니다.
한참을 머물고 싶게하는 대왕봉의 풍경을 뒤로 하고 걸음을 재촉하여 암봉을 향합니다.
경사도가 만만치 않아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포비님의 도움으로 암봉위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거침없이 펼쳐진 산군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어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된듯 기분이 통쾌하네요.
포비님
이제 이곳에서도 내려가야 하는데....
초롱이님 마음에 그만 두려움이 깃들고 말았네요.
한번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저도 경험한 적이 있답니다.
처음 팔봉산 1봉에 오를 때는 세번의 시도 끝에 성공할 수 있었지요.
용봉산 어느 바위에서는 등에 업히다시피하여 내려온 적도 있구요.
오늘 초롱이님을 위하여 헐덕고개 회장님께서 기꺼이 바위의 다리가 되어주시는군요.
초롱이님이 바지춤을 움켜잡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 ^^*
이럴땐 이런 포즈로....시범을 보이시는 회장님...조금 높아진 것도 같은데요 ^^*
아래서 올려다 본 모습은 이렇네요.
이 바위가 강아지바위에 더 어울릴것 같지 않나요?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길목마다 멋진 풍경들이 발목을 잡습니다.
슬슬 배도 고파오고 힘이 빠져올즈음
다행히 백악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오우 이런일이...
산 정상에서 선두팀들을 만나다니..
아마 시간을 맞추느라 천천히 걸었나봅니다.
산길 걷는 내내 산행객들을 몇명 만나지 않았고
백악산 정상에서도 나홀로만의 오붓한 점심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동행님
정상을 지나면 이제 내림길이려니 기대했는데
오르락 내리락 능선길이 한참입니다.
작은 억새평원의 바위에서 보는 풍경도 그만이었지요.
억새너머로 보이는 동행들의 모습이 너무 멋집니다.
이곳에서부터는 일행들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걸었는데
까리하군님이 자꾸만 뒤로 처지네요.
나중에 알고보니 컨디션이 많이 안좋았다구요.
옥양폭포의 시원한 물소리를 고대하며 얼마를 걸었을까요
2km가 참 멀게 느껴진 길이었습니다.
길게 가로누운 바위 밑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폭포 아래 작은 소는 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네요.
발을 담그기에 딱 좋을만큼 시원합니다.
햇볕님
여섯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또 하나의 산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 길은 무척 피곤했습니다만
오랜시간 두고두고 제게 힘을 주고
또 얼굴에 미소를 띄우게 해줄겁니다.
모두들 만나뵈어서 반가웠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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