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후 올려다 본 장군봉
산행을 하루 앞두고 눈이 내렸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좋아서 팔짝팔짝 뛰며 환호성을 질렀겠지만 오늘은 아니었습니다.
장군봉이 눈 쌓인 겨울산행지로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곳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꼴찌라서 받는 눈총이야 이력이 났으니 눈 딱 감고 받아내면 그만이지만
누군가 발목잡힌 사람에게는 참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나는 노릇이겠어요.
고민끝에 따라나섰습니다.
몸을 풀고 구수산장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새벽에 집을 나설 때 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겨울날씨치고는 포근했는데
산속마을의 아침공기는 꽤나 쌀쌀합니다만
그래도 계곡물은 얼지않고 조용히 흘러내리네요.
맑은 물 속의 작은 물고기들은 춥지도 않은가봅니다.
활기차게 움직이네요.
선두팀에 끼어 출발을 합니다.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좁은 산길에서 뒷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노릇이지만
중간정도까지는 그리해야만 마지막에 후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을테니까요.
안전장치가 쇠사슬로 되어 있어 위험하기도 하고 불편하네요.
바위 뒤로 보이는 왼쪽 산이 연석산이라고합니다.
은근한 오르막에 땀이 배어라기 시작할무렵
불쑥불쑥 나타나는 난코스의 암릉길
아이젠을 신고 조심스레 한발한발 나아갑니다.
한고비 오르고나면 잠시 멈춰서서 거친 숨을 다듬어야 할만큼 힘이 듭니다.
얼음이 얼어 미끄러운 바위는 발걸음을 내딛는데 용기가 필요하군요.
장군봉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오름길.
오늘 오름길 중 최대의 난코스군요.
얼었던 쇠사슬은 체온에 녹으면서 미끄럽고
다리찢기 연습이라도 하고 와야 할만큼 듬성듬성 만들어진 발판은
저처럼 다리가 짧은 사람들에겐 정말 힘들더라구요.
정상을 향한 마지막 하나를 남겨두고 그대로 멈춰섭니다..
" 저 잠시 쉬어 갈게요"
민망한 뒷태같은건 신경쓸 겨를이 없습니다.
줄에 매달린채 마지막 한 걸음을 위해 숨을 고릅니다.
아! 드디어 장군봉입니다.
높은 정상에 오르는 것은 내려다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멀기 보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골골의 근육이 드러나는 장쾌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눈앞에 펼쳐진 설산의 모습이 시원하니 아름답습니다.
요즘엔 휴대폰 카메라가 좋아서 각자 사진 삼매경에 빠져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도 셀카를 찍으시는 중이었는데...
어라? 저 안에 제가 있네요.
재미있다고 했더니 사진 올려주시겠다는군요.
이제 내려갈 일이 걱정이 됩니다.
올라오는 길이 무척 힘들었으니 내려가는 길은 어떨지 걱정이 됩니다.
아마도 올라오는 길보다 더 쉽지는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지요.
아니나다를까 선두팀에서 회장님께 연락이 오네요.
길이 험하니 조심하라구요.
가파른 경사에 듬성듬성한 발판은 위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아 난감한데
저만치 길 위에 푸른뫼님께서 서 계십니다.
아마도 오래 기다리셨지싶습니다.
위험한 하산길에 그냥 가실 수 없었겠지요.
쇠사슬을 힘껏 웅켜잡고 푸른뫼님의 안내대로 발을 디뎠는데
실한 두 팔이 제 몸무게를 이겨내지를 못합니다.
쇠사슬을 잡은 손이 스르르 미끄러지며 그대로 툭.
아휴~~ 간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높은 바위가 아니었고 아래에서 푸른뫼님께서 잡아주셔서 다치지는 않았지요.
돌아본 장군봉
물개바위
연석산? 운장산? 모악산? 에구 모릅니다.
정상부에 하얗게 상고대가 피어 있네요.
험한 산을 오르다보면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할 때가 많습니다.
오를 때도, 내려갈 때도
안전을 위해서 꼭 웅켜쥐어야 하지만
놓을 때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들에겐 두려움이 앞서 놓아야 할때인줄을 알면서도 쉬이 놓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저 처럼 놓고 싶지 않은데도 미끄러질 때도 있구요.
이런저런.....때를 안다는 것
산에서 뿐만이 아니라 살면서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한동안 굴참나무 숲길이 이어지네요.
다른 나무들은 하나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끼리끼리 모여 사는 숲
어찌보면 단조로와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평화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장군봉의 겨울 산행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무척 위험한 산길이었습니다..
특히 오름길에는 노익장 산꾼이신 구본오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헐거워진 등산화 끈도 손수 매어주시고, 스틱도 잡아주시고 하셨지요.
이제 제대로 배웠으니 다음부터는 잘 묶어매고 다녀야겠네요.
산에 다닌지 여러해인데도 아직 배워야할것들이 많습니다.
위에는 해골방위 정상부이고
아래 사진은 해골바위의 옆모습입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두 분께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705봉을 지나고 헬리포터 좌측으로 하산을 합니다.
바위를 지탱하는 저 작은 나뭇가지들이 무슨 힘이 있을까마는
때론 그냥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있지요.
2013. 12. 15 일
서부산악회원 35명과 함께
'산에서 나를 만나다 > 산행일기(2011~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마스 선물....덕유산 (0) | 2013.12.30 |
---|---|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며....계룡산의 겨울 (0) | 2013.12.23 |
옥녀봉 (0) | 2013.12.09 |
신선대 (0) | 2013.11.28 |
마음가는대로....원효봉 (0) | 2013.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