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길...도 종 환
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얼마전 만난 수박풀 앞에서
한동안은 제초제나 예초기의 위험에서 안전하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수박풀은 속으로 시름시름 시들어가고 있었다.
수박풀만 남겨두고 깨끗하게 매어진 논두렁을 보고는
아! 논두렁 주인이 꽃의 존재를 알아주는구나 안심했을 때에도
그날이 마지막날이 될줄은 몰랐었다.
뽑히고 잘려나간 그 꽃을 보면서
캐어다가 그 집 마당에 심어줄까 생각했었다.
나는 그것이 꽃을 염려하는 마음인줄 알았다.
그것뿐인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거기에는 내 작은 욕심이 깃들어 있었음을 알았다.
가까이에서 좀 더 쉽게 꽃을 보고자 하는 욕심.
여전히 그곳에서 꽃을 피우는것을 보면
영화를 누리든 고통을 당하든
제 자리에서 스스로 견뎌내도록 놔두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2014.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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