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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선운산 꽃무릇에 발목 잡히다.

 

 

 

 

 

 

 

 

 

2014. 9. 20

나홀로산우회와 함께

 

 

주차장~ 선운사~ 도솔암~용문굴~낙조대~천마봉~도솔암~주차장

 

 

 

경수산에서 시작해 선운산을 거쳐 투구바위를 지나 선운사로 내려오는 긴 코스

나는 그 길을 잘라야만 한다.

산악회에서 공지한 코스는 경수산과 마이재 개이빨산을 지나 선운사로 내려오는 길이었고

그 길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한번 걸었던 길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더 컸다.

배맨바위도 올라보고 싶었고

사자바위와 도솔제가 내려다보이는 투구바위도 다시 보고 싶었다.

선운사 꽃무릇을 보고 먼저 올라서 일행들을 기다리리라

몇년전 사월에 걸었던 그 길을 함께 걸어보리라

 

 

 

 

혼자서 선운사로 향하면서 누눈가 한명쯤 동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한 사람이 나와같은 코스로 오른다고 했었다는데....

나중에 물으니 내게 방해가 될까봐 그럴수가 없었단다.

 

쓸쓸한 생각도 잠시

앞에 펼쳐진 꽃무릇에 모든걸 잊어버렸다.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야할지몰라 그냥 한참을 서성였다.

 

 

 

 

 

 

 

 

 

 

 

 

 

 

 

 

 

 

 

 

 

꽃잎이 이슬을 만나 영롱함을 더하니 훨씬 더 아름답고 느낌도 좋다.

그저 연신 감탄사만 쏟아냈다.

 

 

 

 

 

 

 

 

 

 

 

 

 

누구에게 한장 찍어달라 부탁하면 될일인데

정자 마루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막~뛰어가서는

혼자서 웃어도 보고 꽃도 보고 이리저리 폼을 잡아보았다.

음...... 원하는 분위기가 안 나온다.

그러게 꽃 앞에서 욕심을 부리는게 아니야.

 

시간을 가늠해본다.

꽃과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것같아서 알람을 맞춰놓기로했다.

11시까지 도솔암에 도착하면 산행하는 일행들과 만날 수 있겠지

 

 

 

 

 

 

 

 

 

 

 

 

 

 

 

 

 

 

 

 

 

 

 

 

 

일주문을 지나 선운사까지 도솔암 가는 길을 걸었다.

가족끼리 온 탐방객들이 꽃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표정이다.

선운사 앞에 걸려있는 시 중에

오늘의 정경과 잘 어울리는 시가 눈에 띄었다.

....

아내의 사진을 찍으며 남편이 하는 말

"꽃무릇보다 당신이 훨씬 곱다"

그 말에 부부의 모습이 부러워 꽃무릇이 붉은 미소를 띄운단다.

그래... 그럴테지. 그래야지.

 

 

 

 

 

 

 

 

 천왕문을 지나 만세루를 잠깐 바라보다 선운사를 나왔다.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안될것 같아서였다.

선운사의 천왕문은 이층으로 아랫층엔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고

2층에는 범종이  있다고 한다.

 

 

 

 

 

다시 꽃무릇을 동무삼아 도솔암으로 향했다.

도솔천을 끼고 걷는 길이 참 좋다.

이쪽에서 보면 저쪽의 꽃이 더 고와보이고

저쪽으로 건너가면 또 이쪽의 꽃이 고와보여 자꾸만 눈길을 먼데로 돌리게 했다.

가까이 있는것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 참 힘든일인가보다.

 

 

 

 

 

 

 

 

 

 

 

 

 

 

 

 

도솔암 담장을 따라 핀 꽃무릇이 유난히 더 붉다.

이제 꽃무릇과는 여기서 작별을 해야한다.

용문굴까지 드문드문 피어있기는 하지만

이제 꽃 말고 산으로 눈길을 돌린다.

도솔암 마당에서 보이는 천마봉의 모습이 가슴 설레게 한다.

 

 

 

 

 

도솔암에서 보이는 천마봉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원궁에 오르니

낭랑한 목소리로 읊는 "지장보살"이 울려퍼지고

참배객들이 줄을 이었다.

한 무리의 여인네들이 단체로 올라왔다.

옷차림으로 봐서 한눈에 봐도 있어뵈는 사람들은 어떤 기원을 올릴까?

문득 궁금해진다.

 

 

 

 

 

 

 

내원궁에서 바라보는 천마봉

 

 

 

 

 

 

 

 

 

 

 

 

선운사 창건당시 이무기가 산을 뚫고 도망가면서 생겼다는 용문굴

용문굴은 오늘 완전 노천식당같은 느낌이다.

여기저기 점심을 먹는 산행객들로 붐볐다.

나도 슬슬 배가 고파오는데....

용문굴 위로 올라갔다.

그늘이 많지는 않지만 몇명이 밥을 먹기에는 딱 좋은 곳이었다.

층꽃나무도 꽃이 피었고

 사자바위와 천마봉이 아주 가까이 보였다.

 

 

 

 

용문굴 위에서 보이는 사자바위와 천마봉

 

 

용문굴을 지나 계단을 오르며 연락을 하니

이런...

선두팀은 벌써 낙조대를 지나 청마산을 향하고 있단다.

배맨바위를 오르는 것은 오늘도 글렀구나...잠시 낭패감이 들었지만

한편 생각하면 시간적인 여유가 훨씬 많아졌으니 잘된일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또 오면 되니까

 

 

 

 

 

 

 

천마봉에서 후미팀을 만나 두번째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천마봉에서의 여유로운 시간

예서보니 사자바위의 위용넘치는 모습도 아스라히 정겹고

머리끝만 살짝내민 낙조대의 바위들도 숨바꼭질하는 아이들마냥 귀엽다.

 

 

 

 

 

 

 

 

 

 

 

 

 

 

 

천마봉에서 도솔암으로 바로 내려섰다.

계단 중간중간 멋진 바위조망터에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래의 바위에서 사진을 찍는데

초로의 부부가 내려와 역정을 낸다.

조망을 즐기면서 조금만 기다려주면 서로 기분이 좋을텐데...

우리도 다른 팀 사진도 찍어주며 기다렸는데..

 

 

개울물에 잠시 발을 담갔다.

물고기 이름은 모르겠지만 작은 물고기들이 발 주변으로 몰려들어 발을 간지른다.

참고..본인의 발이 아님을 밝혀둔다. ^^*

 

 

 

 

 

 

 

 

 

 

 

 

꽃무릇에 빠져서 걷고 싶었던 산길을 바라만보다

갔던 길 되돌아오고 말았지만

혼자 걸었던 길도

함께 걸었던 길도

그냥...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