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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가리왕산

 

 

 

 

 

 

 

 

 

2014. 8. 16일

 

장구목이~ 장구목이임도~ 정상삼거리~ 정상~ 중봉~ 숙암분교

 

 

 

 

 

가리왕산

이름높은 이끼계곡의 유명세 때문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든다는 높이 때문도 아니지만

웬지 끌리는 산이었다.

몇년전 타 산악회에서 계획을 했다가

여름산행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산된 적이 있었던 산이기도 하다.

 

 꽃이며 단풍, 억새 눈꽃등

계절마다 풍광이 뛰어난 산이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여름산 겨울산이 어디 따로 있단 말인가

그런 고정관념에 얽매어 산이 가진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것 같다.

 

 

 

장구목이 초입의 계곡

 

 

 

사실 산행신청을 하긴 했지만 1561 그 높이에 겁이 덜컥 났다.

시작되는 고도도 400미터 남짓이었으니 천미터 이상을 올라야한다.

부지런히 걷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보였다.

 

날씨가 갑자기 변하여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옷은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마찬가지이기에

배낭커버만 씌우고 출발했다.

출발전 건너 산자락을 보니 운무가 오락가락하여 정상에서의 멋진 풍경을 기대하도록

은근히 부추긴다.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것은 꽤 주관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도 참 많다. 

나란히 같은 곳을 향하여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숲길에 접어들자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기분좋게 와 닿는데

시원하게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까지 더하니 산행이 한결 더 즐겁다.

첫번째 만나는 폭포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후다닥 내려가 일행들에 끼어서 사진한장 찍고는 바로 돌아섰다.

사람들이 너무 많기도 했지만

그들과 똑같이 놀았다가는 나중이 감당이 안될것이기 때문이다.

 

 

 

 

 

 

 

 

 

 

 

 

 

 

 

 

 

 

 

 

 

 

 

 

 

 

 

 

 

돌들이 온통 이끼를 둘러쓰고 폭포 사워를 하고 있다.

이곳이 습하고 햇살이 귀한 원시림이라는걸 말해주는 풍경이었다.

그 주변에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바위에는 바위떡풀이

길가에는 개털이슬이....

그리고 열매를 맺고 있는 구실바위치까지.

 내가 보지못한 덩굴닭의장풀을 찍어 온 동행도 있어 조금 아쉬웠다.

 

 

개털이슬

 

 

 

노랑물봉선

 

 

 

장구목이 임도가 가까워지고 계곡은 끝이 났다.

산행 시작과 끝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선두그룹이 아직 뒤에 남아있으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웠지만

이제 계곡이 끝났으니 그들에게 추월당하는건 시간문제다.

그래도 정상이 1.2km 남았으니 혹시 그들보다 내가 정상에 먼저 도착하는

산행사상 초유의 이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나의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위에 피어 내 발목을 잡는 이것은 무엇인가

혈관처럼 바위를 기어가는 노란 뿌리....분명 식물인것 같은데

부채살을 닮은 모습이 신기하고도 예쁘다.

 저들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들...참 신비로운 세상이다.

 

 

 

 

 

 

 

 

 

 

 

큰세잎쥐손이....사진상으로는 둥근이질풀과 구분이 모호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차이가 느껴졌다.

 

 

 

 

도라지모시대

 

 

 

 

담배풀

 

 

 

 

촛대승마

 

 

 

 

 

 

 

 

 

투구꽃

 

 

 

 

진범

 

 

 

 

곰취

 

 

 

 

흰송이풀...정상부로 갈수록 흰색의 송이풀이 많았다.

 

 

 

우리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꽃들도 있었지만

올해 첫 만남이니 인사는 하고 가야지

벌써 합류한 일행들이 고목에서 사진을 찍는동안 잠시 꽃들과 마주했다.

 

 

 

 

 

장구목이 임도를 지나고부터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았다.

군락은 아니지만 주목도 제법 많았고

주목 이외의 아름드리 나무는 대부분 피나무였다.

갈왕의 역사까지도 기억하고 있을 듯한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크기였다.

 

 

 

 

 

모 산악회 등반대장이기도 하고 사진애호가이기도 한 이 사람과

계속 동행하며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 산악회에 첫 동행이니 살짝 안면도 있고 관심사도 비슷한 내가 편하기도 했을게다.

어쩌다보니 산악회에서 나눠주는 밥도 빠트리고 왔는데

맛있는 전어회에 비빈 밥까지 나눠주고 의자까지 내어 주어 고마웠다.

기사도 정신이 이 정도는 돼야지 ^^*

 

내려가는 길에는 천천히 걷고 싶어서 먼저 가라고 했지만

멧돼지 때문에 안된단다.

멧돼지가 나오면 나를 제물로 써야 한다나.

하여 끝까지 나는 멧돼지로부터 그를 보호해야만했다.

사실 방금 파헤치고 간듯한 곳들도 많았고

어떤곳은 화전을 해도 좋을만큼 잘 골라놓은 곳도 있었다.

진짜로 멧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지.

뒷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말이 생각이나 날까 몰라.

 

 

 

 

 

정상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완만한 오름길이었다.

쉬땅나무 개시호 두메고들빼기 등등...

화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정상에 오르며 눈에 들어오는 첫 풍경

너른 평원에 서 있는 키작은 고사목 한그루

정상석보다도, 돌탑보다도 더 인상적이다.

고사목 아래 돌 위에서 쉬고 있던 산행객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내게

일행이 아니라고 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에 취했을 뿐 그게 누구든지 내겐 큰 상관이 없는 일이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서둘러 주변 탐사에 들어갔다.

나비가 몇마리 날아다닌다.

새로운 나비인것 같아 설레이는 마음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찍고보니

 지난번 독용산에서 만난 황알락그늘나비 같아서 약간 실망스러웠는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알락그늘나비였다.

나비와의 새로운 만남이 하나 늘었다.

 

 

뱀눈그늘나비

 

 

 

 

알락그늘나비

 

 

 

 

고려엉겅퀴

 

 

 

 

 

 

 

 

정상에서 중봉까지는 거의 평지에 가까운 편안한 오솔길이었다.

여러가지 꽃들과 조형미가 넘치는 참나무류와 단풍나무들.

천천히 걷고 싶은데

놔두고 가라해도 가지도 않고..ㅠㅠ

 

 

 

 

 

 

 

 

 

 

 

 

 

 

 

 

 

 

 

 

 

 

 

 

 

중봉은 조망도 없었고 별다른 특징이 없이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중봉 가는길에 잣나무 아래서 두 등반대장과 함께

 

 

 

 

 

서덜취

 

 

 

 

게박쥐나물

 

 

 

 

 

 

 

중봉에서 숙암분교로의 하산길은 걱정했던것보다 경사가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았다.

산죽밭도 지나고

하얀 수피가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을 지났다.

내려오는 길에는 게박쥐나물이 제일 많이 눈에 띄었다.

쏙 내민 꽃술하며 무척 귀여운 꽃이었는데

어두운 그늘아래다보니 사진이 모두 흔들려버렸다.

 

 

 

 

 

 

 

 

 

 

 

 

 

 

 

 

 

 

 

 

 

 

 

 

 

 

 

 

 

 

 

 

 

 

올라올 때는 하나의 임도를 만났지만

내려올 때는 두개의 임도를 건너야한다.

두번째 임도를 지나 이제 다 왔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도 1.5km가 남았다.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기가 힘들어 뒤로 빠졌다.

아직 후미의 천사팀이 남아 있으니 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다.

 

앞산이 조망되는 바위조망터를 지나 가파른 로프구간도 있고

너덜지대도 지나서야 마을 입구에 닿을 수 있었다.

 

 

 

 

바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선선한 날씨덕분에

그리고 후미천사 콴님에게 짐을 떠맡긴 덕분에 많이 힘들지 않게 산행을 끝낼 수 있었다.

짐만 떠맡긴채 먼저 와서 미안하기도 하다.

 

중봉의 일부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개발이 최소화되어

오랜세월 지켜져온 가리왕산의 원시림이 앞으로도 잘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작은 시집을 선물받은 것이다.

김재진님의 시가 좋아서 외우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보던 시집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김재진님의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마지막 귀절이다.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 있을까.

 

 

그런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마음이 마음을 만저 웃음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저 화사하게 하는

그런 세상이란다.

 

 

 

 

 

 

 

2014. 8. 16

나홀로산우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