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6일
나홀로 번개팀 11명과 함께
강당교~ 수정봉~ 퉁퉁고개~ 임도삼거리~ 개심사전망대~ 개심사
며칠째
저녁마다 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고
아침에 눈을 뜨면 하얀 세상으로 변해있었다.
사십여년만의 대설에 몇십억의 재산피해...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
그래도 산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이리저리 방법을 모색해본다.
혼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눈산행
나홀로 공지에 뜬 버스투어 산행을 보며 또 다시 궁리를 시작한다.
강당교에서 해미읍성까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어디에서 합류를 하나...
어디에서 탈출을 할까...
산벗 필 때 조망이 환상적인 수정봉에서의 겨울 풍경은 어떨까 궁금하다.
그래 시작은 함께 하고 끝은 나홀로 하자.
퉁퉁고개에서 탈출하여 임도를 넘어 개심사에서 3시 55분발 버스를 타면 딱이겠다 싶었다.
9시 15분발 원평행 버스로 강당교에 도착 산행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경치보다 더한 것들이 발목을 붙잡았다.
푹푹 빠지게 쌓여 슬쩍슬쩍 뒤로 밀리는 눈길
아이젠에 척 척 달라붙어 악착같이 따라오는 눈의 무게.
어쩌랴
가다가 정 못견디겠으면 한번씩 툭 툭 털어버리더라도 함께 가는 수 밖에.
강당교에서 수정봉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들...반갑다.
퉁퉁고개까지는 어떻게든 따라가야 하는데...
설사 뒤쳐져 홀로 걷더라도 앞에 사람들이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든든할것 같다.
오솔길이 너무나 포근하다.
요즘 대세인 셀카봉
왼쪽으로 수정봉, 옥양봉 석문봉 일락산 능선이 보인다.
산벗 필 무렵이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수정봉에서
퉁퉁고개까지
지난 가을이 참 아름다웠겠다.
지나온 수정봉과 능선길
걸음을 맞춰주는 동행에게 슬쩍 운을 떼어본다.
"개심사의 겨울풍경이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밑져야 본전이니 그냥 해본 소리인데 발목잡힐까봐 겁이 났나보다.
퉁퉁고개까지 앞서 내달린다.
"가서 라면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또 한사람은 이 말을 던져놓고 앞서간다.
퉁퉁고개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가려나...은근히 기대를 하며 갔는데
간단한 간식을 먹고 옥양봉으로 출발한다.
나를 포함 모두를 위해 여기서 작별해야한다.
퉁퉁고개~ 용현휴양림
먹음직스러운 백설기를 자르듯 의자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스틱으로 가지런히 나눠놓는다.
정말 먹음직스럽네.
임도에는 겨우 두 사람 뿐이지만 발자욱이 있어 걷기도 수월하고
친구와 함께 걷는듯 즐겁다.
가끔 소나무에서 눈이 쏟아지는 소리와
무게를 이기지 못한 소나무가지가 꺽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목교에서 개심사까지.
잠시 갈등이 생긴다.
그냥 강당교로 내려갈까
개심사의 겨울 풍경이 보고 싶은데....
처음부터 내가 갈 길을 정해놓고 출발한 산행인데도
갈림길을 만날 때 마다 다른 선택의 가능성에 마음이 흔들린다.
개심사임도 삼거리에서 잠시 허기를 채우며 또 다시 고민에 빠졌지만
개심사로 향했다.
임도 중간에서 중젊은이 한사람을 만났는데
석문봉을 가려고 했는데 가다보니 계곡이 나오더란다.
얘기를 들어보니 개심사 해우소 뒤쪽 등산로로 올라서 전망대에서 용현계곡으로 내려선것이다.
가고자했던 석문봉은 못갔어도 겹치는 부분없이 산길을 제대로 걸은 듯 하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걸었고
개심사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고
목장을 가로질러 편안하게 일찍 돌아올 수 있었다.
개심사 전망대에서....또 다시 눈발이 날린다.
보현선원 스님들께서 제설작업을 하고 계셨다.
개심사에서 3시 55분 버스를 타기까지 시간이 너무 널널할것 같아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눈에 덮혀 더욱 고즈넉한 개심사를 잠시 둘러보고
꽁 꽁 언 홍시 하나를 따 먹었다.
새들에겐 미안하지만 부처님에게는 새나 사람이나 똑 같은 중생일테니
나무라진 않으시겠지.
강당교에서 개심사까지 6시간
산행거리에 비해서 많은 시간이 걸렸고 다리가 무척 피곤하다.
후문에 의하면 일몰시간때문에 석문봉부터는 빠른걸음으로 진행을 했다하는데
못이기는 척, 함께 가자고 청하는 일행들을 따라갔더라면
어쩔뻔 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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