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났어도 아직은 가을이다.
단풍이 나뭇가지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길모퉁이 여기저기 온몸으로 쓸고 다니는 동안은
가을이다.
바로 앞에 단풍을 두고도
올 가을엔 단풍구경 한 번 못했다고 푸념을 한다.
먼 곳, 먼 산의 이름난 단풍만 단풍이 아닐진대
아침마다 드나들며 단풍을 보고 걸었건만
단풍구경 한 번 못하고 가을이 간다고 아쉬워 한다.
동네 어귀 어슬렁 거리다가...
버스를 기다리며 모처럼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아파트 담벼락 한 귀퉁이 튜울립나무의 노란 단풍이 예뻐서
한조각 한조각 주워모은 가을.
가을과 함께 내게서 떠나보낼 것을은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