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는 길에 청지천을 조금씩 걸어야겠다 마음먹은 이후로도
자꾸만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만들어내며 미뤘다.
이왕 핑계거리를 만들거면 좀 긍정적인 이유를 생각해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가 안 좋아서..라든지
날씨가 흐린데 걷다가 비가 오면 어쩌지..라든지
때로는 너무 더워서......
그래도 가끔은 세 정거장쯤 전에 내려서 논두렁 길을 걷는다.
그냥 걸으면 30분 남짓의 거리지만 이것저것 참견하며 걷다보면 한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저녁무렵의 들판의 풍경은 여늬 시간때보다도 편안해서 좋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마음이 편해져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날벌레들과의 전쟁을 치르기도 하지만
아무 바램도 기대도 없이 그저 걷는시간 자체가 휴식이 되어준다.
그렇게 걸으며 만나는 풍경들은 무엇하나 특별할것 없는 소소한 것들이지만
우연히 만나는 풍경은 기대가 없었기에
때로는 더 특별하고, 또 더 큰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해가 낮을 길게 비춰주는 동안은 가끔 이렇게 생각없이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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