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목장길을 다녀오는 길의 버스안..
어느 외진 시골 동네에서 90도에 가깝게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커다란 보따리는 그대로 둔채로 버스에서 내리셨다.
그리고 다른 할머니 한 분이 짐을 들어서 내려주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당연히 손으로 짐을 받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먼저 내리신 할머니는 돌아서서 등을 내밀었고
짐보따리를 아주 익숙하게 할머니의 굽은 등 위에 척 하니 올려놓는 것이었다.
아! 굽은 등이...저렇게도 쓰이는구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감탄과 함께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저분들이 젊었을 때 꿈꾸던 노년의 모습은 어땠을까?
저렇게 꼬부라진 허리를 꿈꾸지는 않았을것이다.
뿌린대로 거두는 정직한 흙과 함께하고
자신보다는 가족들을 위해서 살았을 그 시간이 조금씩 쌓이고 쌓여
산처럼 굽어진 등을 갖게 되었을것이다.
그래도 선선한 아침저녁이면 꽃무늬 모자를 쓰고 텃밭으로 나가시겠지.
자식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줄 생각에 웃음지으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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