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멋쟁이나비.
이름이 참 멋지다.
그래도 큰멋쟁이나비는 키워볼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애벌레가 그다지 사랑스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동네 산책길에 만난 밭둑의 거북꼬리 여기저기에 보이는 집들.
한번 키워봐?
안다는 것과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인가보다.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살짝 잎을 열어 확인하는 순간
손도
마음도
멈칫하며 놀라고 말았다.
종령 한마리를 데려왔는데 곧 전용에 들어갔다.
곧 번데기를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용화를 하지 못하고 그냥 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다른 잎에 아주 작은 애벌레가 한마리 있는것을 보았다.
어라?
그럼 알도 있겠는걸.
맑음님에게 위치를 설명해줬는데 부근의 다른 모시풀에서 알과 애벌레를 찾았단다.
알 껍질
며칠 후
다시 밭둑을 찾아갔지만 다 베어져 거북꼬리 잎이 몇개 남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맑음님이 찾았던 곳을 갔는데
이쪽저쪽 논둑에 모시풀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고
많은 애벌레집이 보였다.
비교적 큰 집에 사는 아이 셋을 데려왔는데
잎 뒤에 붙어서는 다른 잎을 끌어다가 엉성하게 집을 짓고는 전용에 들어갔다.
15일에 잠깐동안의 시차를 두고 두 마리가 용화에 성공했다.
저 나름대로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겠지만
옆에서 보는 나로서는 내가 보아왔던 몇 종류의 나비들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변신을 하는것처럼 보였다.
나비도 참 멋지게 생겼다.
애벌레만 빼고 다 멋지게 생겼다.
잎 위에 살짝 얹어 놓은 초록색 알도 너무 귀엽고
번데기도 그 돌기의 모양이나 색의 변화가 꽤 멋졌다.
"애벌레만 빼고" 라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나태주님의 시처럼
오래보고, 자세히 보야야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풀꽃만은 아닌것 같다.
애벌레도 오래 지켜보고, 자세히 보니 참 멋지다.
무시무시하게 돋은 가시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 탱자나무 숲 같기도 하고 무척 아름답다.
우화가 가까워지면서 날개의 색이 비치기 시작하고
세상이 열리는 소리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눈이 보이고
더듬이와 다리가 나오고
자기가 깨고 나온 번데기를 붙잡고 날개를 펴는동안
나도 풀밭을 훨훨 나는 꿈을 함께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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