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정동진.
해맞이 번개산행 공지를 보고는 가고 싶은 마음에 앞뒤 안가리고 신청을 했다.
그리고는 참 많이 후회를 했다.
무엇인가를 할 때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을....
후회의 이유는 사실 별것 아니었다.
오가는 시간을 참아낼 수 있다면....
밤 열시에 출발을 했다.
세시가 조금 넘은 시간 괘방산 산행을 할 사람들을 들머리에 내려주고
정동진으로 향했다.
새벽 네시가 안된 시간이었지만 거리와 해변은 벌써부터 사람들도 북적였다.
포인트를 찾아 자리를 정했지만 앞자리는 이미 넘볼 수 없었고
두번째 줄에 서 있었다.
두시간 넘게 서 있으니 다리가 아프다.
뒤에서는 연신 풍등이 날아오른다.
때로는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머리위로 내려앉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불씨를 떨어뜨린채 껍데기만 날아가기도 해서
무슨 안전조치가 필요해보였다.
내 머리위에도 풍등이 떨어져 깜짝 놀라 넘어졌는데
올해 액땜을 했으니 올 한해는 좋은일만 있을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멀리 날아간 풍등은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기도 했다.
일곱시가 가까워오고 동쪽 하늘이 환해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뒤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앞으로 나와 걸어가기도 했고
서너줄을 차지하고 앉기도 했다.
멋진 일출을 보겠다고 뒤에서 몇시간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이
자제를 부탁했지만 소용 없었다.
순식간에 해는 떠오르고
몇시간을 달려오고, 또 몇시간을 기다린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사진을 좀 더 잘 찍었으면 좋았겠지만 어쩌랴.
마음속에 담아둔 풍경은
눈을 감고 꺼내보면 사진보다도 더 선명하게 잘 보인다는것을 아니까
그것으로 충분하다.
바다부챗길에 대한 기대도 컸었는데
파도가 너무 심해 갈수가 없다고 한다.
아쉬운지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어둠속에서 보았던 풍경들을 다시 돌아본다.
동해바다의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환상적인 일출을 볼 수 있는 정동진.
한번 와 봤으니
앞으로 맞이할 1월 1일엔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일출을 봐야겠다.
소원을 적어 날리라며 풍선을 나누어 주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소원이야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큼 확실한 기도가 없을테니까 하는 생각때문이기도 했고
몇번이고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풍등과
여기저기 흩어져 거리를 더럽힌 종이꽃가루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환경을 생각하면 그런것들은 안할수록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신청한것을 후회하면서 출발한 해맞이였지만
오랜시간 버스에 시달린 고달픔을 잊을만큼 멋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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