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와 약속했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에는 무조건 자작나무 숲에 가자고.
그렇게 못박아 놓아야 할것 같았다.
"얕으막한 언덕길을 서너시간은 걸어야 할텐데... 괜찮겠어 언니"
조카의 친정엄마인 나의 큰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세시간이건 네시간이건 괜찮어~"
칠십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언니는 제주도에서도
나보다도, 조카보다도 더 잘 걸었었다.
2018. 10. 27일 토요일
윗쪽 임도로 올라갔다.
은근한 오르막길이지만 코앞의 가을을 느끼며 천천히 걸으니
힘든줄을 모르겠다.
먼 산을 바라보며, 그리고 푸른하늘과 어우러진 단풍든 나무들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아직 자작나무숲길은 먼데...
윗쪽 임도로 올라오다보면 중간중간에 쉼터도 잘 되어있고
6코스 안내표지판이 여러군데 보였다.
한참을 오르다보면 왼쪽으로 오솔길이 나 있고
자작나무숲 진입로라는 안내판이 있다.
백여미터 들어가니 완전 다른 세상인듯...
하얀 자작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 쭉 뻗어있다.
길 옆의 나무껍질을 손으로 만져보니 너무나 보드랍다.
1974년부터 조림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이제 마흔네살.
나보다 날씬하고, 나보다 훨씬 더 크다.
이렇게 크기까지 얼마나 흔들렸을까
이제 흔들려도 걱정없겠지만..
자작나무 숲의 가을은 깊어, 단풍나무 잎은 시들어가고
얼마 남지않은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잎도 바람이 지날때마다 우수수 떨어진다.
봐도 봐도... 참 좋다.
생각같아서는 하루종일이라도 숲속에 머물고 싶었다.
그런데 언니와 조카사위는 한바퀴 휘 돌아 내려갔나보다.
나중에 들으니 언니가 좀 추워했다고.
오가는 길 차가 많이 막혔지만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쯤 전에 왔다면 더 아름다운 숲을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너무 아름다웠다.
원정임도가 좀 더 멀긴 하지만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원정임도로 올라가서 1코스와 2코스 3코스를 둘러보고
다시 원정임도로 내려오면서 6코스도 걸어보면 참 좋을것 같다.
주차장 안에 있는 어느 식당의 산채비빕밥도 고소한것이 참 맛있었고
입구에서 시식했던 송고버섯향도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