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신정으로 인하여
연속 2주 거듭되는 3일 연휴
예전 같았으면 좋아라 신났을텐데.... 마음이 답답해진다.
누구를 마음놓고 만나자고 할 수도 없고
누가 만나자고 해도 반갑게 뛰쳐나가기가 망설여지는 지금은....
개심사나 한바퀴 돌고 와야겠다.
연계되는 버스시간이 애매하다.
한참 못미쳐 중간에서 내려 걸어가야 하는 버스를 탔다.
오래전 여름날의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지금 걷기에는 딱 좋다.
웃옷을 벗어 허리에 묶어매고 걷는다.
버스에 자전거를 실어주면 딱 좋겠다 싶어서 기사님께 여쭤봤더니
안된단다.
내 그럴줄 알았어.
(20년 12/27일, 21년 1/2일)
나보다 앞서간 이들의 발자욱이 곳곳에 남아있다.
내가 보기엔 가볍고 즐거운 발걸음이다.
개가 고양이 등을 물어 들어올리는데도 가만히 있다.
오히려 어미에게 몸을 맡긴듯 편안해보인다.
사이좋은 식구인가보다.
고양이와 더 놀고 싶어도 컹컹거리며 짖는 개 때문에 얼른 자리를 떴다.
포근하고, 따듯하고, 평화롭고, 부드러운...
오늘 신창저수지의 풍경이 그랬다.
가장자리엔 청둥오리들이 쉬고
논병아리 한마리가 수시로 잠수를 한다.
뿔논병아리
흰배지빠귀
딱새 수컷
황조롱이
노랑턱멧새
장구밥나무 열매
동네 새들과 놀며 걷다보니 개심사 입구까지 2시간이 걸렸다.
출발하면서 짧은 산길을 계획했었는데...
이렇게 걷다가는 돌아가는 버스시간에 맞출 수가 없을것 같아서
그냥 언저리에서 놀기로 했다.
팽나무 아래 낙엽을 뒤적여 보기도 하고
길 위에 철퍼덕 앉아 호박죽도 먹고
햇볕이 따듯한 양지쪽에 앉아
바람이 날려보내는 눈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만세루에서 수석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화분 속 나무의 잎이 다 시들었다.
물이라도 줘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괜한 오지랖인듯 싶어서 그만두었다.
겨울철에 길을 걷다보면 가게 문앞에 화분들이 다 얼어 죽은 모습을 종종 보는데
참 안타깝고 또 아깝다.
족히 몇년씩은 애써 키웠을 그런 화초들일텐데...
일주일전만해도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에
직박구리며 동박새가 신나서 날아들었다.
며칠이나 갈까 했는데
감꼭지만 남은 나무엔 아무 새도 오지 않았다.
동박새가 숨어들던 사철나무에는 고드름만 주렁주렁 달렸다.
주지스님 거처 앞의 냥이들.
청아한 풍경소리의 배웅을 받으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런때는 혼자 잘 노는것도 다행이다 싶지만
그래도 함께 노는것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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