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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오랫만에 걸어보는 고향길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이 길을 걸어보는 것이.

친정부모님 산소에 갈 때마다

차로 휑하니 갔다가 휑하니 돌아오곤 했으니 말이다.

 

 

 

옛집 마당에서 보이는 풍경... 멀리 도비산이 보인다.

 

 

저 집에 살던 순옥이는

나한테 "아줌마"라고 불렀다.

먼 일가였는데 내가 순옥이 부모님과 같은 항렬이었으니

어려서부터 아줌마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이들어서 아줌마 소리를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더러는 아줌마라고 하면 질색을 하더라만.

 

언젠가 동네 주민이 나한테 뭐라고 부르면 좋겠느냐고 물은적이 있다.

그냥 "아줌마"라고 부르세요. 했더니

그래도 괜찮겠냐고 되묻는다.

"사모님" "여사님" 그렇게 불러줘야 좋아한다나.

사모님은 개뿔

누가 누구의 사모님이라는건지.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도 "사모님" "여사님" 하고 부른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많이 달라졌다.

이곳에서부터 30여분을 걸어야하는 거리

 

장검교를 지나고

예전 살던 집 마당을 지났다.

 

 

 

 

 

 

 

 

 

태어나서부터 이십여년을 살았던 집이지만

예전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당가에는 씨가 열두개는 들어있는 작은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대신

은행나무가 심어져있고

머위가 무성하게 자라던 밭언덕은 그냥 평평하다.

아주 가끔 꿈속에, 어렸을 적 그 모습 그대로 이 옛집이 보이곤 한다.

 

 

 

 

 

 

 

 

 

 

 

 

 

선산 아래 이웃집 앞을 지나는데  흙벽이 나를 반긴다.

여태 이런 흙벽이 남아있었어?

소박하고 따듯하고 아버지가 생각나게 하는 흙벽이 무척이나 반갑다.

흙벽속에 드러난 저것이 억새일까 궁금하여 만져봤는데

잘 모르겠다.

어릴적 양지바른 마당가에서 억새를 다듬는 일이 참 싫었는데.....

 

 

 

성묘를 끝내고 버스를 기다리며.

 

 

 

 

 

 

 

 

 

 

마침 가까운 곳을 지나는 버스가 있어 탔다.

부석에서 서산까지 20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인데

동네를 구석구석 다 돌아오는 버스여서 한시간이 걸렸다.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고향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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