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은 그냥 바라보기에 좋은 길이 있고
또 어느 길은 걷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올 가을을 마중도 못했는데
배웅도 제대로 못하고 가을을 보내는구나 싶었는데
개심사에서 가을을 배웅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내겐 선물같은 시간이다.
토요일, 일요일 김장을 하기로 했던 언니한테서 연락이 왔다.
"오늘은 너 안와도 돼"
언니의 연락이 얼마나 반갑던지.
이유는 물어보지도 않고 " 알았어 언니"
그리고 부랴부랴 대충 챙겨 개심사로 향했다.
일주문 앞의 느티나무가 제법 많은 새순을 틔웠다.
개심사의 국화전시회는 30일까지지만
이미 꽃은 다 시들어 일부 철거를 하고 있었다.
경지 위와, 대웅전 앞 마당의 연등이 국화를 대신해 꽃처럼 붉다.
종각 옆 해우소 가는길의 애기단풍도 다 떨어지고
뒤쪽으로 몇그루 단풍이 아직 가을을 붙잡고 있다.
단풍으로 인해 해우소가 환하다.
개심사를 그동안 숱하게 다녔지만
봄이면 만첩홍도가 피는 마당에 깔아놓은 기와가
눈에 들어온것은 처음이었다.
새삼스러움에, 전에도 있었나 싶어 예전 사진을 들춰보니
전부터 있었다.
물길이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종무소 앞쪽으로 와서 다시 보니
처마와 마주하고 있었다.
2014년도 봄
비가 내리는 날
그곳 툇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낙숫물을 바라보면 참 좋겠다.
친구와 차 한잔 마시면서 말이지.
맨 앞에 놓인 암막새?에 용이 조각되어 있다.
지난해 국화축제때보다 훨씬 많은 조형물들이 설치되었다.
옛 공양간에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개심사 입구 한켠에는 마진식 화가가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채마밭과 명부전 앞의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에는
동네의 온갖 새들이 찾아와서 홍시 먹방에 여념이 없다.
노동으로 채워졌을 오늘 하루가
언니 덕분에
이렇게 가을을 배웅하는 멋진 시간으로 변신을 했다.
걷고 싶은 길
걸으면 행복해지는 길
2021. 11. 27.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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