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탐조팀이 있어 먼길 따라 나섰다.
탐조로는 유부도에 이어 두번째였다.
탐조라기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나들이였다.
새들의 생태나 이름도 잘 모르거니와, 잘 찾지도 못해
찾아주는 새를 보는 것이니 말이다.
확인해본 일기예보로는 10 m/s. 바람이 상당하리라 예상되어
몇겁으로 옷을 껴입었는지 모르겠다.
장장 네시간을 달려, 말로만 듣던 아야진항에 도착했을 때
구름에 가려있던 해가 막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조금 더 밝기를 기다려 해변에 나오니 바람에 날아갈것만 같다.
그 바람덕분에, 파도에 일렁이는 바다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탐조라는걸 잊고 파도와 한참을 놀았다.
등대를 배경으로 부서지는 파도를 향해 셧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햐얀 등대, 빨강 등대.
이곳 저곳 다니면서 등대를 원없이 보았다.
마치 재난영화에라도 나올 듯 엄청난 기세로 밀려오는 파도를
거대한 설악산과, 작은 갈매기는 꿈쩍도 하지않고 내려다보고 있다.
청간정과 설악산.. 청간정에 올라보려다가 해안가에서는 올라서는 길이 없어 그만두었다.
크고 깊으면 바람에 덜 흔들리는법
갯바위에서 쉴 수 없게 된 새들은
파도 넘어 먼 바다에 떠 있거나 날거나 하고 있었다.
오늘 탐조여행의 첫째 목표였던 흰줄박이오리도 저기 어디쯤 있지않았을까?
사진을 볼때마다
어쩜 이렇게 생겼을까 감탄을 자아내는 흰줄박이오리를 못 보게 된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서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역동적인 바다를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얼마 뒤에, 선발탐조대에서 연락이 왔다.
옆동네 어딘가에 흑기러기가 있단다.
흑기러기는 천연기념물 325-2호로 귀한 겨울 철새란다.
귀한 새를 만나는 즐거움도 컸지만
갈매기와 파도와 갯바위가 만들어내는 풍경
그곳의 풍경은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만큼 아름다웠다.
흑기러기
다시 아야진항으로 돌아오니 귀요미 세가락도요가 기다리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밀려왔다 다시 파도를 따라 달려가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저들은 거대한 파도에 혼비백산하였을터인데
지켜보는 나는 아이들의 재롱잔치를 보는 듯 즐거웠다.
세가락도요
청둥오리 암.수와 홍머리오리가 함께 있다.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줄 수 없는 갈매기와도 놀아보고
길가에 나와있는 연탄재도 웬지 반가웠다.
벽돌색의 연탄재도 있어 신기했다.
최종 목적지인 경포호로 가는 중간에 어느 포구와 청초호에 잠깐 들렀다.
청초호 너머로 엑스포탑과 설악산의 풍경이 시원하다.
경포호에서 붉은부리찌르레기와 놀면서도 춥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등살이 아픈걸보니 몸은 적당히 추웠나보다.
높은 나뭇가지에, 피라칸다 빨간 열매에, 전깃줄에 내려앉는 빨간부리찌르레기
눈으로 따라잡기도 바쁘다.
붉은부리찌르레기
왕복 여덟시간의 먼길
열정넘치는 동행들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미안할만큼, 하나라도 더 보게 해주려고 애쓰신 안내자분과
먼길 운전에 수고한 맑음님에게 감사드린다.
2021. 12. 1.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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