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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22년, 걸을 수 있는 만큼만

22년 첫산행, 완주 운장산

 

 

 

 

 

 

산이 왜 좋을까?

나를 힘들게 하고, 땀흘리게 하는데 말이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이유가 없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이유가 있어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 이유가 사라졌을 때는 좋아하는 것도 멈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2년 첫 산행지는 완주 운장산이다.

십년도 넘은 아주 오래전 

오디가 익을무렵 한번, 3월 얼음이 녹을 무렵 한번

그리고 오늘이 세번째이다.

 

걱정도 설렘의 일부라는 걸 이번 산행을 통해서 알았다.

서봉의 멋진 조망을 알기에

이번에 어떤 풍경이 날 기다려줄까 하는 기대.

일행들을 따라 잘 오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출발했는데

걱정과 기대 이상으로 너무 멋지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서봉에 올라 서는 순간

동행을 청해준 서연씨에게 저절로 고맙다는 말이 나왔다.

오길 정말 잘했어.

 

 

 

 

 

2022.  1.  15일 토요일

운장산휴게소~ 서봉~ 운장산~ 서봉~ 운장산 휴게소

5.6km

 

 

운장산휴게소에서 출발하는 최단코스로 왕복하기로 했다.

이름은 휴게소지만 썰렁하다.

누구의 표현대로 아주 급하지 않으면 참는게 좋을것같은 이동식 화장실이 있다.

 

 

 

 

 

 

운장산 휴게소의 해발이 570, 운장산의 높이가 1126.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산행이지만 운장산은 만만하지 않은 산이다.

제법 가파른 산길과 이틀전 내린 눈으로 조심스러웠다.

 

선두로 올라가던 일행들이 중간중간 쉬면서 기다려주었고

뒤를 내주지 않고 묵묵히 따라오는 동행이 있어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었다.

산행을 끝내고 생각하니, 뒤에 따라오던 동행이 없었다면

힘들때마다 쉬었을테고, 일행들과 떨어져 더 힘든 산행이 되었을것 같다.

 

 

 

 

 

 

 

 

 

 

서봉까지 가는 동안 사진은 한장도 찍지 못했다.

중간중간에 조망할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내려오면서 보리라.

 

서봉(칠성대) 0.6km,  0.4km,  0.1km

600미터, 400미터가 이렇게 먼 거리던가.

산길에서 정상을 앞두고 몇백미터 이정표가 보이면

그건 이제부터 각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정상을 그렇게 호락호락 내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

 

 

 

 

 

 

 

 

 

 

출발한지 1시간 40분만에 서봉에 도착했다.

사방으로 트인 시원한 조망.

남쪽인지 북쪽인지 분간도 못하겠지만

사방으로 겹겹이 물결치는 산그리메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귀엽게 숨어있는 마이산의 봉우리 뒤로 지리산 능선.

또 다른쪽으로는 고군산도도 보인다 하고

민주지산의 삼도봉, 암릉이 아름다운 대둔산까지 너무 멋진 곳이다.

 

 

 

 

 

 

 

서봉에서 바라본 운장대(오른쪽)와 동봉(왼쪽)

그 너머로 보이는 산이 덕유산 능선이란다.

 

 

 

 

맨 뒤 가운데 우뚝 솟은 산이 삼도봉이란다.

 

 

 

 

중앙에서 살짝 왼쪽으로 펼쳐진 대둔산의 암릉

 

 

 

 

구봉산이 보인다는데 어느 산줄기인지 모르겠다.

 

 

 

 

 

 

 

 

 

 

 

 

 

 

 

 

 

 

오늘 내 목표는 서봉까지였다.

동행들이 동봉까지 다녀오는동안 살방살방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운장대까지는 함께 하기로 했다.

해발 높이는 동봉이 더 높다고 들었는데

운장대가 정상인 이유는 뭘까.

 

서봉에서 운장대를 가는 길도 조망이 멋지다.

운장산 정상은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정상석이 놓인 위치가 장소도 좁고  애매했다.

인증하려고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어서 그냥 통과했다.

 

 

 

 

 

 

 

 

 

 

 

 

 

 

 

 

 

 

 

 

 

 

 

 

 

 

운장대에서 동행들은 동봉으로 향하고 나는 돌아서기로 했다.

짧은 코스이니 천천히 내려가면 비슷하게 시간이 맞을것 같다.

서봉을 다시 오를까 하다가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그냥 내려오기로 했다.

여유를 만끽하며 혼자 걷는 하산길이 참 좋다.

혼자 걸어서 좋은것이 아니라 여유로움이 좋은 것이다.

이 여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동행이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

 

 

 

 

이 길을 오르면 오른쪽에 서봉이 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바위 조망터에서

 

 

 

 

 

 

 

 

 

 

 

구불구불 낙엽길이 아름답다.

 

 

 

 

 

 

산행을 끝내고 스틱이며 아이젠 등을 정리하고 몇분 지나지 않아

선두 세분이 내려왔다.

추운데 내가 오래 기다릴까봐 부지런히 내려왔단다.

고맙고 미안하다.

 

오늘의 산행대장이, 나더러 동봉에 안오길 잘했다고 한다.

600미터의 짧은 거리에 비해 오르내림이 깊어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농담으로 의리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의리보다는 내 체력에 맞게 산행을 하는것이

나를 위해서도, 동행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좋은 분들 덕분에 22년도 첫 산행을 정말 멋지게, 기분좋게 시작했다.